2026.02.21.

미국 연방대법원. photo 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최종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이 법적 근거를 상실하면서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재정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관세를 지렛대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던 주요 교역국들도 대응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2심의 위법 판단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대통령이 금액과 범위에 제한 없는 전례 없는 관세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권한은 의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는 행사될 수 없다"고 밝혔다.
IEEPA는 국가 안보나 외교·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이지만,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 관세가 포함된다는 행정부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전 세계에 일괄 적용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이 무너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IEEPA를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한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관세에 대해 발언하며 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photo AFP 연합뉴스원본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관세에 대해 발언하며 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photo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대법원 판결 소식을 접한 뒤 "수치스럽다"고 비판하며 "대체 수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그는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미국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이번 판결은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조치에 한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통상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을 활용한 '플랜B'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법률은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절차가 복잡해 IEEPA만큼 신속하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적 파장도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 분석을 인용해 위법 판결에 따른 환급 요구 규모가 17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4월 전면적 상호관세 부과 이후 거둬들인 관세 수입이 2400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환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대법관도 반대 의견에서 대규모 환급 절차에 따른 혼란을 우려했다.
국제 교역 질서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3500억달러, 일본은 5500억달러, 유럽연합은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하며 관세 인하 또는 유예를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 자체가 위법으로 결론 나면서 기존 합의의 실효성과 재협상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는 21일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대응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다만 미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제 협상 환경의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효정 기자 sobor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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