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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 주식 샀는데”… 롤러코스터 증시에 개미들 천당과 지옥

dalmasian 2026. 3. 8. 07:22

2026.03.08.
6300→5000→5700→5400 출렁
집 대신 주식 투자 인증글 올라왔지만
“주식보다 결국 안전자산 부동산”

        일러스트=챗GPT

“원래는 같은 단지 더 넓은 평수를 사려고 했는데, 전세로 들어가고 남은 돈은 주식에 투자하려고요. 집값 상승보다 주식 수익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불과 몇 주 전 서울 성북구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의 말이다. 올해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했던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6000선을 향해 달리던 때였다. 끝을 모르고 오르던 코스피 지수는 결국 6000을 넘어섰고, 시장에는 부동산을 처분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가 시작되고 있었다.

부동산을 정리하고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어차피 집값이 너무 올라 매매하기 부담스럽고, 가만히 있자니 주식 시장에서도 남들보다 뒤처져 또다시 벼락거지가 될 것 같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추세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청약 통장이다. 낮은 당첨 확률과 치솟은 분양가, 그리고 주식 열풍에 청약 통장 무용론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청약저축)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493만7771명이었다. 가입자 수가 2500만명 미만인 것은 2019년 6월(2497만9730명) 이후 6년 7개월 만이다. 아울러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가점은 65.81점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젊은 세대가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이처럼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접근이 어려워진 반면 주식 시장은 열기가 뜨겁다.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투자자 예탁금은 129조8187억원으로 지난달 27일 118조7487억원보다 11조원 넘게 늘었다. 1거래일 만에 9.3% 증가한 것이다. 또 다른 증시 대기 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과 ‘빚투’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잇달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긴 마찬가지다.

공무원 A씨가 2월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 주식 급등락에 지금까지도 댓글이 활발히 달리고 있다. /블라인드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택 마련 등에 쓰려던 자금을 주식 투자에 넣었다는 글이 하나둘 올라왔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주식·투자 채널에는 ‘여자 친구랑 합의해서 모아온 결혼 자금 오늘 삼전·하닉 반반씩 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여자 친구와 합의해 모아온 결혼 자금 3억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절반씩 투자했다”고 했다.

A씨는 “여자 친구와 서로 1년 뒤 이 3억원이 10억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서울 집으로 한 번에 들어가려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직 상승장 초입이고 국장 뉴노멀 시대에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주당 19만9700원에, SK하이닉스를 100만2000원에 각각 1억5000만원어치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3월 들어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3일과 4일 단 이틀간 코스피 지수가 20%, 1000포인트 넘게 폭락하면서다. A씨가 글을 올린 지 일주일 뒤 최근까지도 ‘살아있냐’ ‘난 너보다 평단이 높은데 눈물만 흐른다’ 등 안부를 묻고 하락장을 걱정하는 댓글이 잇달았다. 6일 기준 삼성전자는 18만8200원, SK하이닉스는 92만40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급락 마감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뉴스1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이은 급등락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이틀 폭락한 코스피 지수는 5일에는 급반등해 5580대를 회복했다. 그러다 다음 날인 6일은 하락 출발한 뒤 잠깐 상승 전환했지만 5381.27까지 밀려났다. 이런 ‘오르락내리락’ 장세에 영화 ‘빅 쇼트’ 실제 인물로 유명한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기관 투자자의 단타 매매에 따른 것”이라며 “(주식 투자) 종말의 징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투자한 이들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는 사람이 강동구 20억원 집 팔아서 전세 10억원 집 들어가고 나머지 10억원은 얼마 전에 주식에 투자했는데 벌써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라고 한다’는 내용의 글엔 ‘집 팔아서 주식 사라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말이었나’라는 취지의 댓글 수십 개가 달리며 인기 글로 등극하기도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무주택자의 경우 주식 차익을 실현했으면 내 집 마련에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다”라면서 “무주택자가 아니어도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 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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