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 등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7월 17일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을 향한 여권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띄우기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공세는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 9일 국회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내란과 절연하고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라"면서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쏘아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이른바 '윤 어게인(윤석열 어게인)' 등 소위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으로 나뉜 국민의힘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두고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라고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이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법조계에서는 '당 전체'가 내란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정당 해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분리해서 봐야 하며 정당 전체가 내란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헌정당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당시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이 조직적으로 막았다면 '내란 동조'라는 것이다. 또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계엄을 옹호하거나 그와 절연하지 못하는 모습이 내란 동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尹 내란'과 '이석기 RO'
"주문.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들은 그 의원직을 상실한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을 선고했다. 당시 통합진보당의 해산 주요 사유는 '내란 음모'였다.
정당 해산은 헌법 제8조 4항에 따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기본적 민주질서에 위배될 경우' 가능하다. 통진당 해산의 주요 근거는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는 해석을 통해 '내란 음모'에 맞춰졌다. 심판 사건의 발단은 당시 통진당 소속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지하혁명 조직)'였다.
전문가들은 RO 사례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개인의 일탈과 정당 전체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통진당 심판은) 매우 엄격하게 요건에 충족되는지 따졌다"면서 "처음 계기가 된 것은 '이석기 RO'였다"고 설명한다. 이어 "통진당 전체가 아닌 '이석기와 그의 추종자를 포함한 일부'의 일탈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렇게만 보면 해산시키기 곤란하다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당시 '그의 행위를 통진당의 행위로 볼 수 있느냐'로 귀속할 수 있어야 했다"며 "이것만으로 해산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RO를 포함해 통진당 구성원들이 내란음모 회합을 가졌다는 점에 근거해 정당 전체의 '내란 음모'를 인정했다. 헌재는 당시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비상계엄 역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국민의힘 전체'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 행위'로 해석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이석기가 그러했듯 윤 전 대통령도 '일부'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이는 국민의힘 전부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몰랐다'고 하는 이들이 압도적"이라며 "전체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도 따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변호사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쳤는지 봐야 한다"며 "핵심은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조직적 불참을 '내란 동조 행위'로 포섭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한동훈 전 대표의 행적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대표가 즉각 반대 입장을 낸 것과 본회의장에 들어와 표결을 지켜본 것 등이다. 장 교수는 "정당이 조직적으로 비상계엄에 동조하고 협력한 것이 아니라는 반대 증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한 전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들어와 표결에 참여했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라며 "정당 해산 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해제 이후 정당이 보인 모습을 더 따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결과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의 가담사실이 밝혀진다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모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활동' 요건 판단 기준을 주요 정당 관계자, 당원 등의 행위로써 그 정당에 귀속시킬 수 있는 활동 일괄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며 "형사적으로는 내란방조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정당해산 심판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 해제 후 국민의힘의 행보를 오히려 '내란 동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내란죄'로 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다. 앞서 정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버리지 못하고 옹호하는 행위는 (국민의힘의) 이념이나 강령과 무관하게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읽힐 수 있다"며 "이렇게 해석될 경우 해산 사유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마' 하는 국힘… "李 결단에 달렸어"
"'설마 하겠나'라는 생각은 들지만, 민주당이 간을 좀 보다가 띄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해산까지는 안 가지 않겠나." 국민의힘 모 의원실 보좌진은 '설마'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폭주하는 민주당과 정청래 대표의 정치적 무브(움직임) 아니겠느냐"라며 현실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아직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우려도 나온다.
모 관계자는 "보좌진들 사이에서 특검이 끝나는 올해 말쯤 '여당이 밀어붙이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던질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해산된다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보좌진도 있다"고 토로했다.
헌법상 정당 해산 심판의 청구 주체는 정부다. 그러나 여권은 의회 주도로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의결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요청할 경우,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를 넘어서더라도 결국 심판 개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달린 셈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해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해산 청구를 하겠지만, 해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적 재량으로 남겨지는 것"이라며 "헌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국 대통령의 고도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기영 기자 oki0@chosun.com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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