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년-한국인의 자화상]
2025.09.23.
한국인은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이념 갈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창간 60주년을 맞아 한국언론학회와 공동으로 ‘한국인의 자화상’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전화 조사했다(표본 오차 ±3.1%p, 95% 신뢰 수준).

김주원 기자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로 응답자의 21%가 공정을 꼽았다. 다음으로 자유(18%), 안전(13%), 평등·정의(각각 11%), 포용·성장(각각 10%) 순이다. 분배는 3%로 낮다. 연령 별로 40대(30%), 50대(28%)가 공정을 가장 높게 꼽았다. 남성은 성장(13%)을 세 번째 가치로 내세웠다. 두 가지 가치(복수 응답)를 물었더니 여성은 공정과 안전(각각 34%)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김범수 한국정치학회장(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은 “공정은 주로 부·권력 등 자원의 배분이 능력과 노력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따진다”며 “부동산 폭등으로 이익을 독식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를 보고 불공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직장인은 열심히 일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일부 계층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도 복지 등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에 20대는 “남녀” 4050은 “이념”
사회 갈등 중 이념(44%)이 제일 심각하다고 여긴다. 다른 분야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념 다음으로 지역(13%), 남녀(11%), 계층·세대(각각 10%) 등이다. 20대는 이념(26%)보다 남녀 갈등(30%)을 가장 큰 문제로 본다. 반면 40대(53%), 50대(58%)는 20대와 달리 이념 갈등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원 기자
조귀동 민컨설팅 전략실장은 “기존 조사에서도 정치나 이념 갈등이 1위로 나오곤 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이념 갈등이 더 높게 나왔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상대를 적대시하는 정서적 양극화가 심해졌고, 이로 인해 이념 갈등이 심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주원 기자
가장 큰 걱정거리로 경제적 문제(27%)와 건강(22%)을 꼽았다.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는 경제·건강에 이어 안보(12%)를 걱정했다. 진보는 4%만이 안보를 들었다.
응답자의 82%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한다. 외국인에게 비치는 한국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이 75%였다.

김주원 기자
배진아(공주대 영상학과 교수) 한국언론학회장은 “그동안 조사에서 ‘자랑스럽다’는 대답이 70~80%대였고,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더 올라갔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트의 세계적 인기가 긍정적 답변에 기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인은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75%가 지금 행복하다고 답했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가) 당연한 결과”라며 “한국인은 경제 수준 등에서 지금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것일 뿐 절대적으로 행복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세대 차이가 있다. 20대의 81%와 30대의 93%가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60대(68%)와 70세 이상(67%)은 낮게 나왔다. 특히 70세 이상 남성(53%)은 가장 낮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높은 노인 빈곤율 때문에 70세 이상의 행복도가 낮다”면서 “특히 70대 이상 남성은 은퇴 후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상실하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줄면서 행복도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활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74%)이 만족하지 않는다(24%)의 3배 가깝게 많았다. 30년 전인 1995년 중앙일보 창간 30주년 국민의식조사에선 일상생활에 대해 ‘별로 달라진 것 없다(63.7%)’는 대답이 ‘나빠진 편(18.4%)’, ‘좋아진 편(12.8%)’보다 많았다.
한국인에게 가장 호감 가는 나라는 미국(18%)이다. 관세 논란,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근로자 구금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꼽았다. 2위는 일본(8%). 20, 30대(각각 13%)에서 일본 선호도가 높다. 갤럽의 2023년 조사에선 스위스와 호주가 2위였다. 20, 30대는 일본 여행을 가장 좋아하는 세대(KB국민카드 2024년)다. 60대 여성은 스위스를, 50대 여성은 호주를 1위로 꼽았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전문기자, 김창우 선임기자, 백성호 전문기자, 이철재 선임기자, 이지영 문화스포츠부국장 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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