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어제(31일) 본격 개막했습니다.
21개 회원국은 점점 강해지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 어떻게 다자 간 경제협력을 지속할지 논의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깜짝' 이벤트들이 많았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고,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15년 만에 방한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치맥' 회동엔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이벤트들에 가렸지만, 수요일부터 열리고 있는 APEC 경제인 행사, CEO 서밋에도 쟁쟁한 기업인들이 가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현대차, 포스코뿐 아니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틱톡,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도 CEO나 고위 임원진이 참석했습니다.
CEO 서밋의 주요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이번 주 가장 '핫'한 경주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들은, 가장 '핫'한 주제 AI에 대해 어떤 생각을 나눴을까요?
■ "AI, 성장 동력" 이견 없었다
사흘에 걸친 CEO 서밋의 세션은 모두 20개입니다.
경제 전망이나 탄소 중립, 문화 산업까지 다양했지만, 그중 5개 세션이 'AI'를 주제로 했습니다.
딜로이트가 APEC 지역 약 1,200 명의 기업가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AI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힐 딜로이트 CEO는 "북미에서는 60%가 AI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통신·미디어 산업에선 70%에 달한다"며 " 버블 논란과는 달리 APEC 지역 CEO의 60%가 이미 AI의 혜택과 투자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의 로버트 포터 CGAO(글로벌 대외 협력 최고책임자)는 AI와 머신러닝, 로봇을 도입해 물류 체계를 혁신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포터 CGAO는 "7단계의 전통적인 물류 체계, 구식 모델을 폐기하고 전체 유통 과정을 4단계 운영 체계로 통합했다"며 "이 과정 전반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예측, 분석한다"고 말했습니다.

월드뱅크의 안나 비에르데 전무는 LG의 '골드스타' 시절부터의 성공을 빗대, LG가 가전제품을 통해 성공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각 기업과 국가들 이 AI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다른 국가들이 과거 기술의 진보로부터 얻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입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고 비에르데 전무는 말했습니다.
■ 데이터센터 양극화를 아십니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엔 선진국도 있지만 개발도상국도 많습니다. APEC 21개 회원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섞여 있죠.
APEC의 경제 협력, 그리고 기술 개발 논의는 종종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격차에 초점을 맞춥니다. 비에르데 전무도 AI 기술 진보의 격차를 우려한 것입니다.
비에르데 전무는 AI를 많은 컴퓨팅 파워와 대규모 전력, 데이터가 필요한 대규모와 그렇지 않은 소규모로 나누고, "개발도상국은 대규모 AI에서 뒤처져 있다"고 짚었습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고소득 국가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77%를 차지하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는 0.1% 미만에 불과하다"고 비에르데 전무는 말했습니다.
데이터센터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세계적인 빅테크들도 격차 문제를 고민한다고 밝혔습니다. AI가 실제로 각 기업과 경제에 기여하려면, 잘 확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데이터센터보다 더 중요한 건…
안토니 쿡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가장 널리 채택되는 것"이라며 인프라 사업을 꼽았습니다.
쿡 부사장은 그러나 "인프라 사업은 데이터 센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사회를 변혁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기술들을 생각할 때, 그걸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널리 사용되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스킬)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기본적인 문해력을 확보하면서도 추가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AI의 기술적인 인프라 외에도 현재 빅테크들은 이를 사용·활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울리히 호만 부사장도 "인프라 투자 패키지의 하나로 항상 교육 분야에서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메타도 마찬가집니다.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은 "'위 띵크 디지털(We Think Digital)'이라는 AI 디지털 리터서리 프로그램 모듈을 확대했으며, 국가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와 교육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기술과 함께 단골로 등장하는 데이터 센터와 전력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쿡 부사장은 "여러분이 구축하고 있는 인프라, 즉 전력망과 광대역 네트워크가 없으면 AI 시스템을 배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AI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전력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며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는 2030년 세계 전력의 4%에 육박해 미국의 모든 주택이 소비하는 전력 규모와 맞먹는 1천 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 부회장은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 공급에 액화천연가스(LNG)가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모두를 위한 AI, 가능할까?
AI 기술은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책임성' 측면에서 탄소 중립, 지속 가능한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사이먼 칸 구글 아태지역 CMO(Chief Marketing Officer)는 "AI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깨끗한 미래 에너지를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텐서 처리 장치 '아이언우드'는 2018년에 출시한 최초 모델보다 전력 효율이 30배 높고, 지난 1년 동안 '제미나이'의 탄소 발자국을 44배 감소시켰다"고 소개했습니다. 칸 CMO는 "최근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AI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35년까지 5기가톤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칸 CMO는 또 구글의 AI 기술이 자연재해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플러드 허브(Flood Hub)'는 최대 7일 전까지 홍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거죠.
CEO 서밋은 연설의 홍수였습니다. 쟁쟁한 CEO나 임원들이 연설, 또 연설했습니다. 상당수는 자신들의 성공담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렇게 함께 생각해 볼 고민도 적지 않았습니다.
각기 방점은 달랐지만, 결론은 대부분 '함께', '협력'을 언급했습니다. 각 기업과 정부의 협력, 기업과 기업의 협력 등이 없다면 인프라 구축과 AI 기술의 확산이 어려울 거란 취지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CEO 서밋 개회식 특별 연설에서 " 대한민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비전이 APEC의 '뉴 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죠.
전 세계에서 모인 혁신적인 기업의 경제인들이 모여 논의한 생각들이, 과연 이번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제안될 이니셔티브엔 이러한 고민이 어떻게 담길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숙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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