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부담과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환헤지 카드까지 검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 안팎까지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20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8.0원을 기록했고 17일에는 장중 1,482.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30일 기록한 연말 종가 1,472.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는 30일 확정될 원/달러 환율 연말 종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번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월평균 환율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월평균 환율은 6월 1,365.15원에서 7월 1,376.92원, 8월 1,389.86원, 9월 1,392.38원으로 오른 데 이어 10월 1,424.83원, 11월 1,460.44원을 기록했다. 12월에는 1∼19일 평균 1,472.49원으로 사실상 6개월 연속 상승세다.
고환율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하며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6% 상승해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도 0.3%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1.7%에서 9월 2.1%, 10월 2.4%, 11월 2.4%로 3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달러 기준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원화 기준 가격은 오르는 품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는 글로벌 수요 약화로 달러 기준 가격이 전년 대비 1.0% 하락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6% 상승했다. 포도주는 달러 기준 0.2% 하락한 반면 원화 기준으로는 4.4% 올랐고 주스 원액도 달러 기준 수입물가는 3.5% 하락했으나 원화 기준으로는 0.9% 상승했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물가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7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높였고 환율이 1,470원 안팎을 유지할 경우 2.3%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한국 물가 상승률을 2.1%로 제시했으며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도 1.9%로 상향됐다.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한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받는 방식으로,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은 외환스와프 확대에 대비해 금융기관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설명회에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내부적 요인으로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이 있다"며 환율 수준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연말 환율 종가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내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환율과 생활물가를 동시에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송병철 기자
(songb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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