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7.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2030 세대 중심의 자발적 시위는 정파를 초월해 국민의 공감을 끌어냈다. 사사건건 충돌해온 여야도 45일간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서울 송파구 개표소가 설치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대한 물리적 봉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시위 12일째인 16일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중재로 시위대와 송파경찰서, 체육단체 관계자 등이 합의해 경기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여성 1명이 출입문을 가로막는 바람에 무산됐다. 정치적 유불리나 참정권 시위의 필요성을 떠나 법치의 실패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나아가 시위의 정당성도 오염시킨다.
핸드볼경기장에는 펜싱, 핸드볼, 수영 등 9개 단체가 입주해 있는데, 선수들이 물품을 빼내지 못하고 있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18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 출전을 위해 장비를 빌려 출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선수들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참정권이 침해된 사태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시위 초기 구호를 ‘재선거’로 통일하고, 태극기만 허용하는 등 질서를 지켰지만, 정치권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 등이 관여하면서 변질했다. 현장에는 ‘부정선거’ ‘계엄은 정당했다’ ‘윤 어게인’ ‘Stop the Steal’등의 구호도 난무한다.
1차 책임은 정부와 공권력 측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시위대의 민간인 출입제한 행패 등 위력에 대한 업무방해에 대해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도 “일벌백계 차원의 단호 대응”을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말과 달랐다. 일선 경찰들의 우려가 크다. 정권이 바뀌면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송파경찰서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직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청장은 공석이고, 공안사건 처리를 지휘할 검찰은 해체 직전이다. 장 대표도 문제다. 중재에 나서고도 “한 분이라도 문을 막으면 강제로 이 일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며 발을 뺐다. 법치 실종을 부추기는 일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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