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오전 9:40
대법 “수업 방해한 학생 훈계로 봐야”<BR> 1·2심 유죄 판결 뒤집고 파기환송
“너 왜 거짓말 해. 사기꾼.”
“너희들은 쟤처럼 거짓말하는 애가 되지 마라. 꼴 보기 싫어.”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포스터.

일러스트=이철원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담당 학급의 아동에게 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이는 정서적 학대일까. 아닐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아동학대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초등교사 A씨의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문제가 된 발언이 나온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2019년 6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체육수업 수행평가 도중 한 아동의 항의를 받았다. 이 아동은 “수행평가 일부 항목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네가 수행평가 항목을 다 한 것을 봤다”며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아동은 이어진 수업시간까지 계속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A씨에게 대들었다.
그러자 A씨는 아동을 교실 뒤로 나가서 서 있게 하고,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꾸짖었다. 이 과정에서 앞선 심한 말이 나온 것이다. A씨는 같은 날 부모들이 확인하는 알림장 어플리케이션에 이 아동을 가리키며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자세히 울면서 억울하다면서 천연덕스럽게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봤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우기고 울면서 억울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날, 이 이동의 아버지가 A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아동을 따로 불러 “너희 부모는 너 유치원 다닐 때도 난리였지? 아니 난리를 쳤겠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A씨 행위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그를 기소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뉴스1
1·2심 재판부의 판단도 검찰과 비슷했다. 원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그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면서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A씨가 판결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행위는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담임교사인 피고인의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교육적 조치 중에 아동의 거짓말이 심각한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다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피해아동을 따끔한 지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A씨가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아동이 자신의 부모에게 수행평가 실시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거짓으로 말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훈계 등 교육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가 된 발언 외에 A씨가 폭언을 하거나 피해 아동을 때린 사실이 없었던 점, 해당 발언이 부적절할지언정 이로 인해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이 저해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교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법원에서도 잇따라 교권 보호에 초점을 둔 판결이 나오고 있다.
2024년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부모가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다며 자녀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몰래 넣고, 녹음 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2018년 3~5월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쟤는 항상 맛이 가있어”라고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전학생의 어머니는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씨의 이런 발언을 몰래 녹음한 뒤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1·2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때도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녹음을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B씨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작년 6월에야 무죄를 확정 지었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C씨의 사건에서도 같은 사안이 쟁점이 됐다. 2022년 9월 주씨 부부는 자폐를 가진 아들이 평소와 달리 불안 증세를 보이자 옷 속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 이 녹음기에는 C씨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유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1심은 C씨의 발언이 유죄라고 봤지만, 작년 5월 2심은 ‘몰래 녹음한 내용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나영 기자 kim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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