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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로 못 쓰는 ‘사실확인 절차’… 유명무실 전망

dalmasian 2026. 8. 7. 09:56

[형소법 개정 후폭풍] 2026.08.04.
검사에 관계자 진술 청취 등 허용
실효성 잃은 ‘영상녹화’ 수순 우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사가 송치 사건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됐지만 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절차에서 확보된 자료는 증거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거능력 인정이 안 돼 사실상 형해화된 영상녹화조사 제도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희비 갈린 검·경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로고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의 수사 검사 1인당 영상녹화조사 실시 건수가 1건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라온 2026년 6월 영상녹화조사 실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사검사 1인당 영상녹화조사 활용 건수는 0.61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사검사 1인당 영상녹화조사 실시 건수인 1.22건보다 50%가 하락한 것이다. 특히 전국 66개 지검·지청 중 수원고검과 대전고검 등 10곳은 상반기 단 한 건의 영상녹화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영상녹화조사는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2007년 정식 도입됐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우려 등으로 결국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22년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형소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활용률은 더욱 감소했다. 결국 영상녹화조사 실시율은 2017년 16.3%에서 지난해 3.7%까지 떨어졌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영상녹화제도에) 꽤나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해서 검찰에서도 적극 활용하라고는 한다”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니 활용을 잘 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만난 한동훈… 형소법 개정 비판 무소속 한동훈 의원(왼쪽)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참석했다. 남정탁 기자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서 신설된 사실관계 확인절차 역시 검사가 송치된 사건에 대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및 전문가 의견 청취, 자료 요청을 허용했지만, 증거능력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돼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찰은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등이 사실관계 확인절차 과정에서 진술을 하더라도 동일한 내용을 경찰 조사에 다시 출석해 진술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지연 및 인권침해 우려도 나온다. 반면 피의자나 참고인 등이 사실확인을 거부할 경우 사실관계 확인절차 진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이에 영상녹화조사처럼 실효성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차장 검사는 “증거능력 인정이 안 되고 법원에 제출을 못 하면 결국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지난달 29일 설명자료에서 사실관계 확인제도를 두고 “검사가 확인한 진술 및 자료 등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한다면 실체진실 발견 등을 위해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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