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핵잠수함은 공짜가 아니다... 호주의 AUKUS에서 얻는 교훈은?

dalmasian 2025. 12. 15. 07:13

2025.12.14.

미 해군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호(SSN-780)가 2023년 하와이 진주만의 히캄합동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SSN) 문제가 정상들 간 공식 의제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 증가, 동중국해·서태평양의 잠수함 경쟁 심화, 한국 해군 전력구조의 세대적 전환 필요성을 근거로 한국형 핵잠수함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한국의 핵잠수함 관련 문제를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양국은 해양 억제력 강화를 위한 잠수함 관련 협력 영역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는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요구를 처음으로 문서에 기록한 사례다.

미 의회 국방수권법(NDAA) 청문회에서도 "만약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한국 내 건조 또는 모듈 생산 방식이 비용·일정 측면에서 현실적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미 해군 관계자의 증언이 공개됐다. 지난 20년 동안 거의 금기어처럼 취급되던 핵추진잠수함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미국 핵잠수함의 '만성적 병목현상'

AUKUS(오커스, 호주·영국·미국의 영어약칭 조합)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1년 9월 인도·태평양의 안보·안정을 위해 등장한 '차세대 파트너십'이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후 미국은 '글로벌 패권 관리'에서 '거래적 동맹'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AUKUS는 군사적 프로젝트인 동시에 미국의 정권 교체와 의회 판도에 민감하게 휘둘리는 '정치적 파생상품'이 됐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AUKUS는 핵추진잠수함을 둘러싼 기술·산업·정치가 어떻게 한데 얽혀 동맹 구조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일례로, 미국은 GDP 대비 2% 초반인 호주 국방비를 3.5% 수준까지 올리고, 미국 조선소 확충에 호주 자금(약 80억달러)을 투입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도 핵추진잠수함, 미사일 방어, AI·양자 등 첨단기술 협력의 대가가 '동맹 기여'의 형태로 요구할 것임을 의미한다. 자연히 한국이 미국과의 기술 협력에 나설 때에는, 이를 '기술 이전'이 아닌 '정치·재정·산업의 패키지 거래'로 간주하고, 그에 따르는 국내적 조정 비용을 미리 계산해야 할 것이다.

AUKUS가 드러낸 가장 구조적인 한계는 미국 잠수함 산업 기반의 '만성적 병목 현상'이다. 지난 3월 공개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의 공격형 핵추진잠수함 전력은 2025년 기준 49척 수준이다. 해군의 장기 목표인 66척까지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미 의회조사국은 "상당수 핵잠수함이 정비정체로 장기간 도크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질적 가용 전력을 체계적으로 축소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매년 잠수함 2척 건조를 목표로 설정했으나, 실제 생산률은 약 1.2척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AUKUS 공약에 따라 미국이 호주에 버지니아급(SSN-774) 3~5척 이전 및 그 이후 SSN-AUKUS 공동 건조의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생산능력을 연간 2.3척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핵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두 곳뿐이다. 2개 조선소 모두 인력 부족, 부품 공급망 취약성, 스케줄 지연 같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CRS는 이러한 산업 기반으로는 미군 자체 수요와 AUKUS 이행이라는 2중 약속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렵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AUKUS가 호주를 장기적인 '의존성 함정'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UKUS 설계상 호주는 우선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중고 또는 신규 형태로 인수해 핵잠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영국 주도의 신형 SSN-AUKUS를 국내에서 조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핵심 공정, 원자로 모듈, 연료 공급 등 핵심 기술은 모두 미·영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묶여 있다. 자연히 조선소 확충과 숙련인력 양성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호주는 외부 요인으로 초래되는 전력공백·납기지연·비용초과의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이미 여러 전문가와 싱크탱크들은 "미·영 조선 능력 부족으로 AUKUS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호주 내부에서도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핵심 기술·산업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에서 3600t급 디젤잠수함인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의 진수식이 거행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재래식 전력의 '공동화' 우려

AUKUS 프로그램은 전력 구조를 '잠수함 편향'으로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AUKUS 총사업비는 약 2400억달러로, 호주의 2024~2025 회계연도 국방비(350억달러)의 약 7배에 해당한다. 즉 향후 30년 동안 호주는 매년 평균 80억달러를 AUKUS에 투입해야 한다. 이는 연간 국방비의 23% 이상이 단일 플랫폼(핵추진잠수함)에 고정 지출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산 편중은 육군·공군·수상함대·우주·사이버 등 다른 분야의 현대화 투자가 자동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최근 35억달러 규모의 위성통신 프로젝트 취소, 육군 전력 업그레이드 일부 연기, 공군 장거리 타격능력 확보 지연 등 AUKUS 예산 압박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핵잠수함 편중 구조는 재래식 전력의 공동화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앵거스 휴스턴 전 호주 국방군 참모총장은 "AUKUS를 계획대로 이행하려면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핵잠수함은 확보되지만 나머지 군대는 텅 비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오른쪽 셋째) 등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계 최초 핵잠수함도 '저농축' 모델

한국도 이러한 현상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추진할 경우 원자로 연료주기, 정비시설 구축, 핵 전문인력 확보·양성·유지, 잠수함 기지 확장 등 고정비용이 폭증하면서 호주와 유사한 패턴이 재현될 위험성이 있다. 결국 AUKUS는 잠수함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가 전체 군 구조를 어떻게 잠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한국이 핵잠수함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도 이러한 장기 프로그램이 정권별 '치적 사업'이 아닌 국가적 장기 전략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 결의, 초당적 합의 기반의 거버넌스, 감사원·국회예산정책처의 상시 감독, 독립적 기술위원회의 위험 조기경보 및 조정 권고 기능, 일정·비용 충격 발생 시에 즉시 작동할 수 있는 조정·축소·재설계 메커니즘은 필수다.

특히 한국형 핵잠수함 추진 논의는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모델과 고농축우라늄(HEU) 기반 모델 사이의 선택 문제로 집약된다. 2개의 접근법은 기술·운용·전략 측면에서 뚜렷하게 상이한 함의를 가진다. LEU 기반 원자로의 장점은 국제 비확산 규범 준수, 외교적 수용성, 국제사회 정치적 마찰 최소화 등이다. 실제로 프랑스 핵잠수함은 5~7.5% 농축도의 LEU를 사용해 전략핵잠수함(SSBN) 추적 임무까지 수행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LEU 원자로는 HEU보다 연료 교체 주기가 짧고(약 10~15년), 원자로 구획을 개방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통상 함정의 정기정비 기간에 맞추어 시행된다.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USS Nautilus) 역시 초기에는 20% LEU 기반으로 세계 일주 항해를 수행했다.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수프렌급 SSN과 르 트리옴팡급 SSBN은 LEU 기반 원자로를 사용한다. 주기적 연료교체를 전제로 운용되지만, 그럼에도 북대서양·지중해에서 SSBN 추적 등 고난도 임무를 장기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따라서 LEU는 군사적 성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지 HEU와 비교할 때 설계 콘셉트와 연료관리 방식이 다를 뿐이며, 전략 임무 수행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저농축에서 고농축으로 단기적 이행

한국은 기술적으로 LEU 기반 모델을 충분히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의, 주변국 반응 관리, 외교적 부담 최소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그러나 작전 지속성, 억제 신뢰성, 북한 SLBM과 중국 해군 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HEU 기반 원자로의 장점은 전략적 요구조건에 해당한다.

HEU는 연료 교체를 하지 않으므로 전시·위기 상황에서 정비로 인한 전력 공백이 없다. 반면 LEU는 교체가 가능하지만, 이는 정기정비 주기에 맞추어 계획적 수행이 가능하므로 임무 지속성에 치명적 결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HEU 기반 원자로는 미국·영국·러시아 등 전략핵잠수함 보유국들이 채택하는 표준 설계다. 잠수함 생애주기 동안 연료 교체가 필요 없다. 핵연료의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에 실현되는 구조적 장점으로, 장기간 은밀 작전·지속 배치·고강도 작전 템포 유지에서 LEU 기반 체계와 비교해 질적으로 우월한 운용 여건을 제공한다. 해군과 기술 전문가들이 HEU 기반 원자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연료 교체 불필요성, 전력 공백 감소, 연속 작전 수행 능력, 원자로의 완전 밀폐형 구조로 인한 보안·정비 부담 감소 등이다.

이러한 HEU 기반 핵추진 체계는 노심(爐心) 접근을 최소화하여 정비 주기·방사선 안전·핵물질 보안 비용을 장기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를 준다. 따라서 한국이 이미 확보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과 결합할 경우에는 고성능·고신뢰성·저유지비라는 3중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선택은 'HEU냐 LEU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외교·비확산 환경을 고려한 LEU 기반 초기 모델 + 장기적으로 HEU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단계적 이행 전략'이 합리적 접근 방식이다.

한국은 현재 원자로 제작·통합·안전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핵연료 공급만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약 10년 내에 독자적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미국·유럽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전제하면 LEU는 국제 비확산 환경을 고려한 '정치·외교적 옵션'으로 의미를 갖지만, 작전지속성 등 실제 군사적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모델은 HEU 기반 원자로가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국이 AUKUS 사례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들 중의 하나는 수출통제를 기술협력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전략 설계의 핵심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술 이전을 동맹에 자동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이 아니라, 국가안보 위험과 산업기반 부담, 의회 승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다층적 의사결정 체제의 산물으로 본다.

따라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환경을 전제로 최적의 솔루션을 설계하는 조건부 접근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조선·UUV·센서·AI 등에서 실질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기여 기반 접근'을 제도화할 수 있다.

규제 환경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규제 환경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리스크 관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AI 기반 지휘통제같이 규제 민감도가 낮은 분야는 한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영역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을 수동적 기술 수혜국이 아니라 능동적 전략 설계국으로 전환시키는 기반이 된다.

"독자적 운용주권 확고히 유지해야"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궁극적 목적은 강력한 억제력의 확보와 실현이다. 이는 플랫폼 보유를 넘어 핵심 전략자산을 우리의 판단·요구·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작전·운용 주권'이 확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호주에서 제기된 AUKUS 관련 지휘·통제(C2) 논란, 특히 미 해군의 작전통제 체계와 연동되는 과정에서 "독자적 운용 권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이 어렵사리 핵잠을 확보하더라도, 이 자산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네트워크 보완에만 우선 배치되거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승인·조율 없이는 핵심적 임무 수행이 지연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이는 전략적 자율성의 심각한 손상을 의미한다.

한국은 핵잠수함 획득 초기 단계부터 한·미가 공동으로 합의한 운용 개념(CONOPS)을 명문화함으로써,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대북 억제·해상교통로 보호·SLBM 대응이라는 한국 고유의 핵심 임무에 최우선으로 배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역량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연료 교체 없이 장기간 수중에서 작전 가능한 핵잠수함은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시·추적하며, 유사시 발사 이전 단계에서 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거부적 억제 수단으로 유용하다. 이는 재래식 잠수함이나 해상·공중 ISR(정보, 감시, 정찰) 자산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지속성·은밀성·연속성 기반의 전략적 감시체계다.

결론적으로 운용 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핵잠수함은 진정한 전략자산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 핵잠수함 도입 단계부터 '독자적 운용 주권을 확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동맹에 선택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정립하여, 한국형 핵잠수함이 진정한 전략자산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승종 대전대학교 특임교수·국제분쟁전문가
Copyright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