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3.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 photo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거의 여왕이라고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에 있어서는 몇 수 위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중·성동구을 당협위원장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한 것을 두고 비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한 전직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이번 인사가 야당과의 지방선거, 당정 주도권 다툼, 나아가 본인이 언급한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란 발언의 완성까지 세 가지 측면에 있어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라고 발언하면서 여야 모두에서 난리가 났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권은 여러 이념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중도정당이 돼 가고 있다. 여기에 2026년 지방선거에서 독자경쟁을 선언한 조국혁신당이 왼쪽 진영을 자연스럽게 맡는 구도가 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중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지금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이번 지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너무 비교된다. 지난 정부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 비서관은 아예 연수원 35기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란 말이 암묵적으로 통용됐다. 인력풀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단 얘기다. 근데 이번 (이혜훈) 인사를 봐라. 인력풀을 어디까지 넓혔는지. 자기 변호인을 정부 요직에 앉혀도, 이혜훈 같은 사람 하나를 같이 앉히면 그런 인사는 묻힌다. 그게 인사권의 힘이다. 그런데 장동혁 국힘 대표는 아직도 '윤 어게인'만 바라본다.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징계위에 회부한 것을 봐라. 서울시장도 나경원 의원을 내세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발탁'과 국민의힘의 '한동훈 징계위 회부' 소식이 하루 차를 두고 잇따라 발표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양측의 전략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효과가 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중도 '포지셔닝(자리매김)'을 공고히 함으로써 야권 범보수 진영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을 강성 보수 혹은 극우 정당으로 축소·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이 후보자를 지명 2시간 만에 제명함으로써 맞불을 놨지만 부각되고 있는 건 쪼그라들고 있는 야당의 외연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권력에 따라 여기저기 다니는 이미지가 있는 것과 별개로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호평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연 확장 문제 이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을 통해 중도 이미지를 잡았고, (실제 장관 임명이) 되든 안 되든 시도를 해서 충격을 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밀어내기 효과로 국민의힘은 더 오른쪽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뒤통수' 맞은 격"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더 오른쪽으로 밀어내고, 자신들이 소위 중원을 선점하는 청와대의 전략은 아주 노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 던진 승부수가 굉장히 컸다"면서 "보수 진영에서 이 대통령한테 씌운 프레임 중 하나가 '나라 곳간'을 틀어막는다는 것이었는데, '곳간지기'에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 현역 당협위원장을 앉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정 선방, 한국의 원자력(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중도보수 포용까지 끌어내는 등 주요 골목골목에 이미 포진함으로써 이미 구도는 끝났다"며 "확장성과 협치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와 실질적 효과도 굉장히 클 '결정타'를 날린 승부수"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내 주류의 궤를 벗어나 철저하게 중도에 '똬리'를 틀고 '실용중도'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 풀이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기존 진보 진영의 주요 의제를 고수하는 게 없고, 민주당 내 이른바 운동권 '86세대'와 계획을 또 달리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 측 인사가) 이미 국회에 상당히 진출한 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요 광역자치단체장까지 차지하게 되면 민주당 내 주류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넘어 정치권의 '신 주류'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으로 민주당 내 진보가 쪼그라들며 86세대는 좌파로 밀려나고, 국민의힘을 우파로 밀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당시 '나는 중도보수'라고 한 선언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당론 채택이 논란이던 2024년 12월 11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잠시 문을 열어 장동혁 의원을 배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힘, 극우 내몰리나… 장동혁의 딜레마
국민의힘의 반격카드는 그나마 외연확장 가능성이 있는 카드로 평가받는 '한동훈 전 대표의 징계위 회부'가 되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월 29일 전남 해남 현장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지금의 여러 이슈를 덮기 위해, 무늬만 협치하는 모양을 갖추기 위해 (이 후보자를 발탁)한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보여온 경제에 대한 가치관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가 보수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黨性·당을 위한 충실한 태도)'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홍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당성만 강조하면서 스스로 축소지향적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를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 등 이른바 '윤 어게인(다시 윤석열)' 세력과의 절연 혹은 단절을 통한 내부 수습이 우선이라는 조언 섞인 지적도 따른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은 가장 본질적인 계엄과 내란, 윤 어게인,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한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장 장동혁 대표 스스로가 한동훈 전 대표의 '구애 메시지'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은 '포스트 윤' 보수의 주도권과 당권을 누가 잡느냐는 싸움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파와 밥그릇 싸움 하는 지금의 국민의힘 상황이라면 TK(대구·경북) 자민련(옛 보수진영 지역정당)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장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국민 사과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보수의 신뢰부터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단기간 내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도 "정치에서는 메신저의 신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면 엄청난 내분이 일 것이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범야권 연대 정도로는 약하고, 예를 들어 당대표에서 내려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합작해 새로운 당대표를 내세우는 등의 '충격 요법'이 아닌 이상 방법이 없다"면서 "총체적 난국"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 이른바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는 등 범야권 연대 혹은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나아가 장동혁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공동 단식'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 내부 단속이 어느 정도 되면서 범보수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는 계속 있었다"면서도 "외연 확장이 반드시 특정 정당과 연대를 하는 것으로만 볼 수는 없고 원론적인 범야권 연대 가능성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장 대표가 절박한 심정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면서 당심과 민심을 모으는 노력을 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범보수) 외연 확장에 있어 보다 유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장·한·석 연대' 가능성 넘어 실효성 의문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연말만 해도 장동혁, 한동훈, 이준석의 이른바 '장·한·석' 연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에 대해 한 전 대표가 응원메시지를 보내면서 나온 그림이다. 하지만 다음날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의 절박함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며칠 뒤 한 전 대표를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이를 발로 걷어찬 모양새가 됐다. 이렇게 된 원인마저도 양측은 서로를 탓하고 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언급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말이 나온다"며 "그런데도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문제를 덮어야 한다' 등 말들이 붙으면서 (한 전 대표의 칭찬) 그 자체에 대한 진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화해라기보다는 잘한 건 잘했다고, '짜치게(모양 빠지게)' 하지 말자는 의미"라며 "당원게시판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대의 키를 장 대표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야권을 대표하는 세 사람의 연대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키'는 장 대표가 갖고 있다"면서 "그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연대가 불가능하지만, 결국 정치는 생물이기에 장 대표가 못 이기는 척 끌려올 것"이라고 봤다.
3자 연대설의 현실성은 한 전 대표 측에서도 부인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의 말에 힌트가 있다. "장 대표가 안 받을 게 뻔하니 의미가 없는 얘기다. 방금 전(2025년 12월 27일, 張 "형식적 외연 확장에 동의하기 어려워")에도 아니라고 얘기했더라고. 지금도 장 대표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사태를 '내부 권력 다툼'이라고 한 것을 한 전 대표가 그냥 까버리지 않았나(2025년 12월 26일, 韓 "김 원내대표의 뇌물, 갑질은 민주당 내부 권력다툼이 아니라 권력비리"). 그러니까 두 사람이 각자 '쪼(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징)'가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장·한·석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니까 띄우는 거겠지. 장 대표가 잘하겠다면 우리는 받을 용의가 있지만 장동혁이 받겠나. 공은 거기 가 있지."
당내에서도 최소한 당원게시판 문제를 덮고 연대를 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 많다.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 출신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주간조선에 이렇게 일갈했다. "당게 문제를 뭉개고 가면 통합의 명분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때만 되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든 징계를 하든 매듭이 있어야 한다. 연대? XX하고 자빠졌다. 연대를 하더라도 매듭은 짓고 해야지. 당 대표가 게시판에서 그런 짓을 한 게 만천하에 알려졌는데. 대통령의 독주를 막으려고 했다는 식의 자기변명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이혜훈 같은 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측은 '한 전 대표까지 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개혁신당 최고위 관계자는 통일교 특검을 매개로 한 '장·석 양자 연대'까지는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통일교 특검을 공조한 것이 장 대표의 계엄 사죄, 지방선거 선거연대로 간다는 구상이 있더라"며 "그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 장 대표가 그렇게 움직일 것도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마저도 아직은 제한적 가능성이다. 아직 장 대표와 이 대표가 직접적 교감을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선거 연대를 하려면 서로 실익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지선에서 우리가 주고받을 게 없다"며 "모든 지자체장에 후보로 내보낼 사람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선거를 독자적으로 치르면 '자생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어쨌든 한동훈 전 대표를 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정치평론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권영국'과 '김문수+이준석'으로 범진보 대 범보수 대결 구도로 따져보면 수도권과 충청권 등 스윙(부동층) 성격이 있는 곳 중에서 오히려 범보수 측이 박빙으로 앞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세력이 보수의 전면에 등장할 경우 박빙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수 결집과 중도 확장을 위해 원론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오세훈, 경기지사 유승민 또는 이준석, 국회의원 보궐선거 한동훈 등 범야권 후보로 손잡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지방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현재까지 주도권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선택은 본인 마음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 당권을 만드는 게 목표고, 여기서 밀리면 다음 총선 공천도 어렵다"며 "자신이 밀어주는 사람이 총선 당대표를 해야 하니 이준석보다 한동훈과의 연대가 어려운 것"이라고 짚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권에 맞설 마음이 있다면 장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장 대표는 당내에서 정책적 대안을 만들고, 한 전 대표는 전면적으로 투쟁하는 역할을 투 트랙으로 맡아야 한다"면서 "둘의 갈등은 대정부 투쟁에 비하면 아주 작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 전 대표 관련) 당원게시판 문제는 정치가 아닌 권력을 휘두른 꼴이 됐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윤리위를 당분간 미루면서 한 전 대표가 유감을 표명하고,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에게 역할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범준 기자 simon@chosun.com, 이용규 기자 using_ky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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