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7.

코스피가 26일 6307.27에 마감된 서울 명동의 한 딜링룸 전광판(왼쪽)과 지난 11일 서울 도심의 한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뉴시스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인 26일, 다시 6300을 넘어섰다. 작년 수출액도 7000억달러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들이 무색하게 많은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식어 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총회에서 김기문 회장은 “이런 (주가, 수출) 성과는 일부 대기업에게만 집중돼 있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것이 민생 경제 현장의 실상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 경제는 대기업·수출기업 호황의 ‘낙수 효과’는 별로 없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이 막혀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견·중소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반도체 등 소수 업종이 주도하는 수출 호황의 그늘 아래서 한국 경제를 밑에서 떠받치는 상당수 업종들은 마이너스 실적에 빠져 있다. 건설·석유화학 같은 내수 산업은 혹독한 칼바람을 맞고 있고, 미국발 관세 정책의 변동성까지 더해져 고전 중이다.
증시 호황이 소비를 자극하고 이것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는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가 15만1000명 늘어나는 동안 1~4인 영세 사업장에서는 7만6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 양극화가 벌어졌다. 소득이 흔들리니 소비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지난해 실질 소비 지출은 5년 만에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지난 4분기 기준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살림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금융 채무 불이행자가 7년 만에 최고치인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지수는 6300을 뚫는데,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이 생산을 줄이고 많은 서민들이 빚으로 지탱하고 있다. 지표는 웃고, 현장은 우는 ‘디커플링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 정부는 이런 때에 선거가 있으면 추경 예산을 편성해 돈을 뿌리려고 한다. 단기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얼어붙은 민생 경제 현장에 온기가 살아나게 만들 근본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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