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화이트칼라가 사라진다?

dalmasian 2026. 3. 10. 15:43

[마감을 하며] 2026.02.27.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메인프레스센터에 몰린 세계 각국의 기자들. photo 뉴시스


이 지면을 통해 AI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AI가 내 삶에 다가오는 속도를 격하게 체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이나 외부 필자의 기사를 고치다 보면 AI를 활용하는 걸 넘어 아예 AI로 쓴 것으로 의심되는 글을 마주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점심에 만난 한 기업인은 다른 언론사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며 AI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 기자의 글이 부쩍 좋아진 걸 느낀 부장이 해당 기자에게 "글이 요즘 많이 늘었다"고 칭찬하자, 그 기자가 말하길 "챗GPT에서 다른 걸로 갈아탔더니 그렇게 됐다"며 떳떳하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부장이 "기사를 왜 AI로 쓰냐"고 다그치자,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보기에 AI는 인간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AI 시대에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떳떳할지 모르겠으나, 반대로 말하면 본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IT로그인'의 필자 류한석씨는 이번주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I부문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한 인터뷰를 인용했는데, 일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AI가 화이트칼라 업무에서 '인간 수준의 성과'에 도달했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수행하는 거의 모든, 혹은 전부의 전문적인 작업이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다." 류한석씨는 AI 시대의 역설이 'AI의 높은 생산성만큼 기업의 기대치 역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은 동시에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요받으며 극도의 피로감과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성을 높이면 노동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AI가 만들어낸 속도와 효율이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인간은 그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더 많은 결과물을 더 빠르게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I는 사람을 덜 일하게 만드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압박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공포만이 아니라, 일의 밀도와 피로가 끝없이 증가하는 새로운 노동 환경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18개월이라는 숫자는 실제보다 과장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AI가 기사를 쓰고, 인간이 그것을 다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때 우리가 단순한 검수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결정하는 존재로 남을 것인지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용기가 아니라, 기술 발달이 아무리 빨라져도 인간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잊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기술은 우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까지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하니까.

박혁진 편집장 spaingog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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