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2026.04.21.

강준구 정치부장
최근 당청 관계를 물어오는 이들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는 괜찮은지, 우리가 모르는 다툼 같은 건 없는지가 대부분이다. 사실 밖에서 보는 시선이 심플하게 맞고, 안에서 보는 판단도 복잡하지만 그와 유사하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면 사정이 있긴 있는 것이다.
올여름 당청 관계의 가장 큰 변곡점이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5월 여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선거, 6·3 지방선거를 거쳐 8월 전당대회가 있다. 단계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많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 초부터 독특한 상황에 처했다. 당의 강성 개혁, 청와대의 국정 안정 기조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 대통령 만류에도 강경일변도 당의 자세는 짧게는 지선, 길게는 대선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추미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지선 출마 후보군은 강성 당원 요구에 훨씬 더 호응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모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시절보다 더 강경한 정책으로 당원 지지를 획득해 대표 연임→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계파 구축→대선 주자 체급 확보로 나아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개혁 의지를 내비친들, 되든 안 되든 두 발짝 더 나가는 정 대표 앞에서는 당원 사이에 빛을 보기 어렵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 둘 모두 실망시키지 않는 절묘한 입법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장 선거 역시 이 연장 선상으로, 이 대통령 특보인 ‘명픽’ 조정식 의원이 김태년·박지원 의원과의 경쟁에서 승리할지 관심이다.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선출엔 모두 권리당원 표심 20%가 반영된다.
집권 초 이례적인 당청 간 긴장은 야당의 몰락과 아울러 일련의 당원권 강화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현재 민주당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찍어냈던’ 것처럼 하긴 어렵다. 그랬다간 금세 당원이 청와대에 등을 돌릴 것이다. 반대로 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힘 싸움을 벌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당 지지율을 아득히 웃도는 70%에 육박한다. 내전을 벌였다간 뒷감당이 어렵다.
이처럼 드러낼 수 없는 물밑 긴장감은 묘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3대 특검법도, 검찰·사법 개혁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도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뒤편엔 치열한 수싸움이 있었다. 여야 협상처럼 당청 간에도 현안마다 공개되지 않은 복잡한 갈등이 반복됐다. 종종 같은 사안을 두고 당청 간 설명이 판이했고, 청와대 고위직 설명이 대통령 뜻과 달랐다. 이처럼 단위별로 생각이 제각각인 건 대체로 두 가지 이유에서다. 각 단위가 의욕적이었거나 조직 의사결정 시스템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전자라면 자중할 필요가 있고, 후자라면 조속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요새 ‘먼저 실수하는 쪽이 끝난다’고들 한다. 대통령이 당원 개혁 의지를 배신하거나 당이 대통령 발목을 잡는, 먼저 역린을 건드린 쪽이 당심을 잃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당시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일이 틀어지면 유난히 고개 숙여 사과하는 장면이 많았다. 검찰 개혁 속도 조절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명칭 같은 대마는 지켰으나 세부 입법에선 강경파 요구를 눈감아줬다.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본다. 청와대는 여당 그립을 잃으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는 걸 우려하고, 당은 어서 차기 주자를 키워내고 싶을 것이다. 이런 견제와 균형이 건강하게만 흐른다면 오히려 독려할 만하겠다. 그러나 국민 불편은 외면한 채 ‘오로지 당심’ 경향만 강해지는 게 문제다. 여권에 사(私)가 끼지 않은 사람들이 중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강준구 정치부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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