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헌재 ‘기소유예 취소’ 기능 떠넘기자…법원 “혼란 초래” 반발

dalmasian 2026. 5. 7. 06:35

2026.05.07.
헌법재판소가 맡고 있는 ‘기소유예 처분 취소’ 기능을 법원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법원이 “사법체계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반대 취지 의견을 냈다. 반면 지난 3월부터 재판소원 업무를 맡은 헌재는 “심판 업무 적체” 등을 이유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6일 국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이날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행정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고 검찰선에서 끝내는 처분이다. 재판을 통해 유죄를 받은 건 아니지만, 검찰은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라 무죄를 주장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이 처분에 불복할 경우 현행대로는 항고를 할 수 있고, 기각 시 90일 이내에 헌재에 헌법소원(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을 제기해 검찰의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개정안은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해 구제절차로 법원의 재판을 뒀다.
        

          김영희 디자이너

대법 판례와도 어긋나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기소유예 등 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형사사법 영역으로 일반 행정처분과는 다르다”면서 “행정법원에서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법원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벌어진 일을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행정법원이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법 판례 역시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나 항고·재항고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확립돼있다.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법원에서 다툴 경우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시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는 우려도 담겼다. 검사의 기소 재량권이 위축되고 피의자를 과잉보호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시됐다.

이 법안은 재판소원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되기 전날인 지난 2월 10일 발의돼 더불어민주당 주도 사법 개편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헌재는 당시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헌재의 단심제가 아닌 법원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 절차를 밟아야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는 찬성 취지 의견서를 제출했다. 헌재 선고사건 중 기소유예 처분 헌법소원 사건 비율이 33%에 달해 심판 업무 적체를 유발한다고도 밝혔다.

헌재는 “헌법 해석과 통제라는 본연 기능에 집중하고 개별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문제는 법원의 재판절차로 일원화하는 사법 시스템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형사사법 체계와 행정소송 체계 간 경계가 무너져 사법 시스템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반대한다.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법안소위로 회부됐다.

헌재는 1989년 검찰의 반발에도 공권력으로부터 기본권을 구제한다는 목적으로 기소유예 취소 처분을 헌법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은 사건 접수가 증가하고 사건 내용이 복잡해져도 법관 증원 없이 업무를 처리해왔다”며 “헌재가 기본권 침해를 막겠다고 가져갔던 기능을 이제는 재판소원으로 일이 많아지자 재판 사항이라면서 법원에 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름·조수빈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