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7.
中 방해, 獨 등 영공 통과 불허에
에스와티니 부총리 날아와 ‘픽업’

5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툴리실 들라들라 에스와티니 부총리를 소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저와 함께 수만㎞의 비행 여정을 직접 동행해 주신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은 항공판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년 개봉된 미국 영화)’의 여주인공 같았습니다.”
5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곁에는 푸른색 드레스 차림의 여성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툴리실 들라들라 에스와티니 부총리로, 라이칭더 총통의 에스와티니 방문 여정을 함께한 인물이다. 라이 총통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84시간 동안 2만5000㎞를 왕복한 끝에 우방국 방문 외교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들라들라 부총리 덕분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라이 총통의 이번 에스와티니 순방은 우여곡절이 컸다. 당초 라이 총통은 지난달 22일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의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대만 총통 전용기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하루 전, 비행 경로상에 있는 모리셔스·세이셸·마다가스카르 등 인도양 섬나라들이 돌연 영공 통과 허가를 취소해 버렸다. 대만은 독일·체코 등 유럽 국가로의 우회로를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기착을 거절해 순방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순방은 린자룽 외교부장(장관 격)을 에스와티니로 특파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듯했다. 그러나 린 부장은 에스와티니를 방문해 교섭을 이어갔고, 에스와티니 국왕으로부터 전용기를 내어주겠다는 결단을 이끌어냈다. 들라들라 부총리가 직접 전용기를 타고 대만으로 날아와 라이칭더 총통을 에스코트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에스와티니 주변국들이 대만 총통 전용기의 진입을 막을 수는 있어도, 주권 국가인 에스와티니의 국가원수 전용기가 자국 부총리를 태우고 오가는 비행길까지 막아설 명분이 없다는 점을 활용했다. 덕분에 라이 총통은 지난 2일 에스와티니 땅을 밟았고, 대만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음스와티 3세의 국가원수 전용기를 이용했다.
라이 총통의 에스와티니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압박은 거셌다. 에스와티니 근처 중국 수교국들이 영공 통과 허가를 취소한 것과 더불어, 중국은 1일 아프리카 53개 수교국을 대상으로 ‘무관세 조치’를 전면 시행했다. 대만의 유일한 아프리카 우방국인 에스와티니만 빼놓고 경제적 고립을 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압박에도 라이 총통의 방문을 관철시켜 준 에스와티니에 대만 정부는 큰 선물을 안겼다.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는 ‘관세 상호 지원 협정’을 체결해 경제 밀착도를 높였고, 비축유 저장 시설 건립, 전력망과 상수도 확충 등 국가 핵심 인프라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몇 남지 않은 대만 우방국들의 ‘반중 연대’는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7일에는 중남미 지역 최대 수교국인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이 대만을 찾는다. 당선인 신분이던 2023년 7월 첫 방문, 2024년 5월 라이 총통 취임식 참석에 이은 세 번째 방문이다. 파라과이는 대만과 단교하라는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보수 우파 성향의 페냐 대통령은 친(親)대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귀국한 5일 오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대만을 방문한 이스라엘 초당파 의원단을 접견하기도 했다. 202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중국이 노골적인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이자, 이스라엘은 대만과 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류재민 기자 fun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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