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시험대 오른 ‘한국 건드리면 패가망신’

dalmasian 2026. 5. 13. 06:26

2026.05.12.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나무호’ 폭발·화재 원인을 “미상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이라며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용납될 수 없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격 주체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1분 간격으로 동일 지점이 두차례 공격당했다는 것은 조준 타격이라는 뜻이다.

나무호 피격 직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는 “피격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 주재 안전보장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미국이 즉각 아는 것을 우리는 6일만에야 확인했다. 인명 피해도 없다더니 선원 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아닌 다른 나라의 선박을 공격할 세력은 이란 밖에 없다. 이란 국영 방송이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러는 것은 이란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피격 사실을 발표한 날 이란 대사를 불렀는데, ‘초치’는 아니고 ‘설명을 위해’라고 했다. 이란 소행으로 확정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다.

정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란의 공격을 당한 중국, 프랑스 등도 ‘이란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거나 상황이 바뀔 때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피격은 한국 선사가 소유하고 한국 선원이 탑승한 선박이 외국에 의해 고의로 공격 당한 것이다. 우리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 적발시 “대한민국 국민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고 선언했다. 국민 보호를 천명한 대통령의 대외 선언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직접 위협받고 타격받는 일이 발생했는데 정부 대처는 미온적이다. 민주당은 사건 규명을 위해 야당이 요구한 국회 긴급 현안 질의도 거부했다.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패가망신’ 선언은 힘을 잃는 모습이다.

정부는 피격 당한 다른 나라들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과 안전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이란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재발 때는 상응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혀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아직 우리 선박 26척과 선원 160명이 갇혀있다. 이들의 안전 확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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