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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도 버텼다… 투자는 머리싸움 아니고 인내심 싸움

dalmasian 2026. 5. 27. 06:46

2026.05.27.
[임성호의 정도투자]
올해 초부터 코스피 77% 오를 때
개인투자자 평균 수익률 33% 불과
대부분 조급함에 상승 초입에 팔아
버핏도 시장 수익률 절반도 못 내
시장 흔들릴 땐 우량종목 추가 매수
애플 10년 보유해 10배 넘는 수익

워런 버핏. AP뉴시스

투자의 세계는 냉혹하다. 매일같이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지고, 인공지능(AI)이 시장을 분석하며, 소위 ‘전문가’들이 내뱉는 전망이 혼란을 부추긴다. 많은 이들이 주식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뛰어난 지능이나, 정보력, 혹은 기가 막힌 매매 타이밍을 포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투자의 본질은 지적 능력이 아닌, 심리적 싸움이자 우직한 인내심의 대결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승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하락장이 아니다. 오히려 섣부른 ‘이익실현’이다. 주가가 조금 오르면 불안해지고, 남들이 더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해진다. 결국 우량한 자산을 어렵게 사놓고도 정작 큰 수익이 열리는 구간을 버티지 못한다.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종목을 몰라서가 아니다. 좋은 종목을 알고도 오래 들고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전대미문의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5년 저점 대비 각각 5배, 11배씩 뛰었다. 2300포인트에 머물던 코스피는 250%가량 올라 8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86% 상승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단연 1등이다.

주위에선 두 종목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주식으로 번 돈이 백화점 매출을 늘리고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흘러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를 보면 다들 벼락부자가 된 것 같은데, 유독 내 계좌만 천덕꾸러기다. 수익률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대세상승장에도 큰 수익 어려운 이유

미래에셋증권이 발표한 수익률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초부터 5월 초까지 달성한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약 33%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7% 올랐으니, 시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반도체, 그것도 누구나 한 번쯤 사봤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끌어올린 장세였는데 말이다. 주도주가 이렇게 폭발했다면 개인 수익률이 시장을 앞서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왜 다들 상승 초입에 팔아치우고, 모두가 기다리던 대세 상승장에서조차 지수만큼도 못 벌까?

답은 조급함이다. 남의 수익에 안달하며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면 복리의 힘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투자는 1등을 향해 달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지금 당장 최고 성과를 냈다고 인생이 가장 행복해지는 것도, 지인보다 뒤처졌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평균만 꾸준히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우량 자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끌고 가다 보면, 결국 최상위 누적 수익률에 닿는다.

우량 자산도 늘 곧장 오르지는 않는다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조차도 시장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수십 년의 투자 역사 속에서 시장 수익률의 절반도 내지 못하는 구간들이 허다했다(버크셔해서웨이 성과표 참조). 하지만 그는 핵심 보유 종목을 끈질기게 보유했고,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 때 우량 종목을 추가로 매수하며 수량을 늘려갔다.

버핏의 성공적인 애플 투자가 대표적이다. 2016년에 처음 매수하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선 이미 늦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가가 몇 배씩 올라도 그는 매도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샀다. 첫 매수 후 10여 년이 지나며 최초 매수가 대비 거의 10배 가까이 올랐고, 버크셔해서웨이는 2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재미있는 점은 그 중간구간에서도 버핏의 전체 성과가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버핏이 주가가 일시적으로 흔들린다고 애플을 팔고 다른 유망주를 찾아 떠났다면, 이토록 위대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부동산 투자의 경험도 다르지 않다. 강남 아파트로 큰돈을 번 사람들은, 단기 수익률이 좋아 보인다고 지방으로 갈아타지 않았기에 보상을 받았다. 우량 자산도 한동안 덜 오르는 구간이 있다. 그 구간을 견뎌야 한다. 무턱대고 버티라는 말이 아니다. 내 자산이 진짜 우량한지 끊임없이 점검하되, 큰 이상이 없다면 좀 더디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들고 가자는 것이다. 오죽하면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인내심 큰 사람의 주머니로 돈이 옮겨가는 곳이라 했을까.

벌고 못 벌고는 오르기 전에 결정된다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 때 돈을 번다. 그러나 큰돈은 상승과 하락을 모두 버텨낸 사람의 몫이다. 같은 우량 자산을 쥐고도, 상승장에서 냉큼 팔아버린 사람과 끝까지 움켜쥔 사람의 사후 보상은 천지 차이로 갈린다. SK하이닉스를 싸게 사 큰돈을 벌었다는 유명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 가격에 그 주식을 산 사람이 그 한 명뿐이었을까? 싸게 샀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팔지 않았기 때문에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러니 남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친구가 잘됐으면 배 아파하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 그 친구는 투자 천재가 아니다. 증시가 그저 나보다 먼저 벌도록 허락해 줬을 뿐이다. 내가 진짜 우량 자산을 쥐고 있다면, 버는 시점이 다를 뿐 결과는 비슷하게 따라온다. 더 빨리 못 버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 자산이 길게 들고 갈 만큼 우량한지를 고민하자. 다시 강조하건대, 돈을 벌지 못 벌지는 주가가 오르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아크미스자산운용 대표 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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