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특산물] 2026.05.30.

김홍도의 참외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참외는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온 여름 과일이다. 삼국시대에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편찬한 역사서 ‘해동역사’와 ‘고려사’에도 참외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청자 ‘청자과형병’, 김홍도의 ‘참외도’ 역시 참외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곳곳에서는 지역별 재래종도 발달했다. 충남 성환의 성환참외(일명 개구리참외), 평남 강서의 강서참외, 열골참외, 감참외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재래종 참외는 대부분 만생종이었다. 익는 시기가 늦고 당도가 낮은 데다 저장성이 떨어져 대규모 상업 재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서 온 은천참외… 한국서는 ‘K농업 아이돌’로
국내 참외 산업이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1950년대 일본에서 ‘은천참외’가 도입되면서다. 은천은 기존 재래종보다 일찍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이었고, 당도도 높았다. 농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다. 이후 국내 종묘회사들이 품종 개량에 뛰어들면서 참외 산업은 한 단계씩 성장했다.
중앙종묘는 은천참외의 단점을 보완한 ‘신은천참외’를 1975년부터 보급했다. 1984년에는 흥농종묘가 러시아 듸냐멜론을 개량한 ‘금싸라기 참외’를 내놨다. 금싸라기는 이후 20년 가까이 참외 농가의 주력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 참외 시장을 이끄는 품종은 농우바이오가 2003년 개발한 ‘오복꿀’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에게 참외 종자를 전해준 일본에서는 정작 참외 농사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일본 농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멜론 재배로 옮겨가면서 참외 품종 개량은 중단됐고, 재배 면적도 크게 줄었다. 일본 소비자 상당수는 참외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한국에서 수입된 참외를 통해 처음 맛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원래 이름인 ‘마쿠와우리(真桑瓜)’보다 한국식 이름을 딴 ‘차메(チャメ)’로 불리는 일도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참외는 ‘Korean melon’ 또는 ‘Chamoe’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K팝에 BTS가 있다면 K농업의 아이돌은 참외”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의 판매대에서 한 시민이 참외를 고르고 있다./뉴스1
가야산 맑은 물 머금은 성주 참외
경북 성주군은 국내 참외 산업의 중심지다. 경북 서남부 내륙에 있는 성주는 가야산의 맑은 물과 낙동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을 품고 있다.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미사질양토가 넓게 분포해 참외 재배에 적합하다. 햇빛도 풍부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성주를 국내 대표 참외 산지로 만들었다.
성주 참외는 노란 껍질과 선명한 흰 줄무늬,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성주에서 출하되는 참외는 평균 당도 15브릭스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A와 C, 칼륨이 풍부해 여름철 갈증 해소와 영양 보충에도 좋은 과일로 꼽힌다.

지난 16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성주 참외·생명문화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조형물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성주군 제공
성주군에 따르면 현재 성주에서는 연간 약 18만톤의 참외가 생산된다. 생산액은 6000억원 규모다. 국내 소비를 넘어 수출 작목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성주 참외 수출량은 405톤, 수출액은 19억2600만원을 기록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이다.
참외라는 이름에도 우리 생활사가 담겨 있다. 참외는 오이과 작물 가운데 ‘참+오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진과’라고 부르는데, ‘참 진(眞)’과 ‘오이 과(瓜)’를 합친 말이다. 참외는 과거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춘궁기의 허기를 달래주던 과일이기도 했다. 보릿고개를 지나던 시기, 참외가 나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달고 시원한 과육으로 더위를 견디고 부족한 식량을 대신했다.
성주 참외 농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출하량이 늘었고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품 상태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왔는데, 달고 시원한 성주 참외로 여름을 이겨냈으면 한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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