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근친교배 정치판’에서 한동훈 당선의 의미

dalmasian 2026. 6. 5. 11:03

[朝鮮칼럼]  2026.06.04.
응고롱고로 분지에 갇혀
동족 번식만 한 사자들은
작은 충격에도 떼죽음

폐쇄적 양당체제에서
한동훈 당선은 새 돌파구
한 줄기 바람이 분다

지난겨울 아프리카 여행 당시 가장 인상적인 곳은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지였다. 여행 전에는 이름조차 몰랐던 곳이다. 지름 20㎞가 넘는 거대한 분화구를 600m 높이의 산들이 담장처럼 둘러싼 거대한 자연 동물원이었다.

그 닫힌 생태계 안에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종자가 사뭇 다른 사자들이 살고 있었다. 먹이가 사철 풍부하고 이동 거리가 짧은 탓에 몸집이 유난히 크고, 해발 1800m의 서늘한 기후 탓에 수컷의 갈기는 더욱 검고 풍성했다. 겉모습만 보면 위풍당당한 사자 중의 사자였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지에 갇혀 사는 사자들. /Reddit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치명적인 그늘이 존재했다. 600m 분화구 벽에 갇혀 바깥 사자들과 피를 섞지 못한 채 동족 번식을 거듭해온 문제다. 1960년대 초 흡혈파리가 창궐해 개체 수가 열 마리 남짓까지 줄었는데, 현재의 수백 마리는 그때 살아남은 소수의 후손이다. 유전적으로 사실상 하나의 근친 가족인 셈이다. 그래서 번식 성공률이 낮고 새끼의 생존율도 떨어진다. 2001년 개 홍역이 돌았을 때, 유전자가 획일화된 이 사자들은 다른 지역 사자들과 달리 떼죽음을 당했다. 작은 충격에도 집단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기형적 사자들을 보며 우리 정치권을 떠올렸다. 분화구에 갇힌 사자처럼 그들만의 폐쇄적 세계에서 정치적 동족 번식을 거듭해온 집단이다.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자. 166석(작년 말 기준)이라는 거대한 몸집은 사실상 단일한 정치적 혈통으로 채워져 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당시 당대표인 이재명 현 대통령과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공천의 칼날이 휘둘러졌다. 쓴소리를 하던 인물들은 잘려 나가고, 비판이 사라진 자리에 충성 경쟁만 남았다. 급기야 12·3 계엄 사태에 가담·동조한 세력을 빠짐없이 색출해 처벌할 것을 외쳐온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자체를 취소하려는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다 여론에 밀려 처리를 미루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1 야당은 어떤가. 새 피를 거부하는 본능은 집권 여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영남·고령층·관료·법조로 대표되는 주류 세력, 이들이 이끄는 당론 중심의 봉쇄 정치는 새 인물과 신선한 노선을 원천 배제한다. 여기에 개혁 성향의 경쟁력 있는 내부 자산을 밀어내는 뺄셈의 정치가 더해졌다. 김세연, 이준석, 한동훈이 그렇게 밀려났다. 12·3 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자멸한 뒤에도 국민의힘은 분지 종족의 관성에 갇혀 민심과 유리된 채 갈팡질팡했다. 장동혁 체제에 이르러서는 보탤 말이 없다.

이 문제의 뿌리에 폐쇄적 양당 체제가 존재한다. 정치학자 최장집은 우리 정치의 병폐가 국민과 동떨어진 협애한 양당 정치 시스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최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조선일보가 3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나를 대표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같은 얘기다. 이처럼 정당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고, 폐쇄된 분지 안의 양대 패거리 세력으로 갈라선 구도에서, 유권자에게 허용된 선택지란 ‘덜 미운 쪽’뿐이다.

생태학의 해법은 명료하다. 외부의 새 피를 들여 닫힌 유전자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두 정치 집단은 서로를 악마화하며, 새 피가 들어설 틈이 없는 정치적 근친교배를 통해 제 안의 괴물을 키웠다. 그 결과 우리 정치는 시선조차 주기 힘든 기형적 흉물이 되었다.

그 시선을 다시 붙든 것이 이번 6·3 지방선거, 특히 한동훈이 무소속 출마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였다. 그에게 쏟아진 보수·진보 양측의 비난은 되풀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그를 오만하고 퇴행적인 정치 검사로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떴다. 당대표 시절, 분열만 키운 채 제 세력 하나 지키지 못한 ‘실패한 리더’라는 비아냥에 더해 “민주당이 당선되더라도 한동훈만은 막겠다”고 당 지도부가 공언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졌다.

부산북구갑 한동훈 무소속 당선인이 4일 오후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 건물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그의 선전과 당선이 보여준 가치는 시시콜콜한 정치공학적 갑론을박에 앞서 우리 정치 생태계에 새로운 피를 순환시킬 통로가 열렸다는 점이다. 그 힘은 이번에도 국민에게서 나왔다.

물론 한동훈 한 사람의 당선으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새 사자 한 마리가 들어온다고 수백 마리 사자의 유전자가 하루아침에 건강해지지 않듯이. 그러나 거대한 댐의 붕괴도 미세한 균열에서 시작된다. 더구나 그 틈을 낸 이가 폐쇄된 정치 시스템에서 양당 모두로부터 의심과 공격을 받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썩은 내 자욱한 응고롱고로 정치권에 한 줄기 바람이 들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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