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한성숙 국무총리 지명 배경엔
선거 결과 지켜본 李, 정치색 적은 인물로 ‘깜짝 총리’ 카드 선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모습. 이 대통령은 7일 한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하기까지 한 후보자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3인으로 후보를 좁히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자를 택한 것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최근 지방선거 결과도 감안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한 후보자 지명에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선택’ ‘깜짝 카드’라는 반응이 나왔다. 친명계 좌장으로 오랜 기간 이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한 정 장관이나,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강 실장에 비하면 한 장관 지명 가능성은 낮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 장관은 검찰 개혁과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라는 가장 예민한 이슈를 담당하고 있어 이동이 쉽지 않고 총리직 제안도 고사했다고 한다”며 “강 실장의 경우 비서실을 진두지휘하는 현재 역할을 대신할 인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3인 후보 중 상대적으로 자리를 옮기기가 수월한 한 후보자가 선택됐다는 얘기다.
6·3 지방선거 결과도 총리 인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보고 총리 인선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권 인사는 “서울시장 선거를 져 타격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 총리’보다는 여성이자 기업인 출신 총리가 분위기 전환에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한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중소벤처와 소상공인 등 모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며 “장관 경험에 총리라는 기회가 더해지면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견인한 한국 경제 성장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골목 상권 등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 주력하고, 민생·경제를 잘 챙기고 일 잘할 총리감을 찾으면서 한 후보자가 낙점된 것”이라며 “한 후보자가 작은 민원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에도 대통령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민원을 제대로 챙기라며 “민원은 국정 개혁 과제들이 가득한 보물 창고”라고 했었다.
청와대는 한 후보자가 민주당 정부에서는 드문 ‘비정치인 출신 총리’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등 정치인이 총리를 맡았고, 현 총리인 김민석 총리도 4선 국회의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한명숙 전 총리도 정치인 출신”이라며 “한 후보자는 기업 출신 각료로, 실용을 중시하는 정부 성격에도 부합하는 인사”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총 223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현 정부 장관 18명 중 가장 재산이 많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강남구 오피스텔,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 경기 양평군 단독주택 등 4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중기부는 한 후보자가 삼청동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3채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했었다. 강 실장은 이날 한 후보자의 다주택 관련 질문에 “청문 과정에서 자세한 소명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인사”라며 “총리 지명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어 일부 부처에 대한 개각,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 지명으로 공석이 될 중기부 외에도 3~4개 부처 장관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외교부 등이 장관 교체 가능성이 있는 부처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수석·비서관 일부 교체가 예상되며, 민정수석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러 번 공개적으로 ‘속도를 높이라’고 부처를 질책해 오지 않았느냐”며 “정책 드라이브를 더 세게 걸고 싶어 하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sang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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