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롤러코스터를 대하는 자세

dalmasian 2026. 6. 11. 12:35

[데스크시각]  2026.06.11.

             문수정 경제부장

롤러코스터는 대개 위험하지 않다. 그렇게 설계돼 있다. 정해진 선로를 달리고,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고, 달리기 전에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운행 중에도 모니터링하며, 위급 상황 시 제동 장치를 가동한다. 짜임새 좋은 시스템이다. 롤러코스터는 한가할 때가 없다. 언제나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탑승을 위해 긴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급강하와 급회전이 주는 위험한 감각은 컨트롤 장치에 따른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사고’의 영역은 아니다. 사고라는 건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곳은 없으니까. 지난 100년간 기계 결함, 운행 중 실수, 탑승객의 건강상 문제 등의 이유로 드물지만 사고가 일어났다. 치명적인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유니버설 테마파크에서 30대 남성이 롤러코스터를 타다 숨졌다. 탑승객이 척추 수술을 받은 이력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에서 롤러코스터 열차가 탈선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1986년 캐나다에서도 열차 탈선으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스템이 안전을 100% 담보하지는 않는다.

롤러코스터는 테마파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금융시장에도 있다. 올해 증시와 외환시장에 올라탄 모든 시장참여자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롤러코스터의 탑승객이 됐다. 코스피는 1월 2일 4309.63에서 시작해 6월 2일 8801.49까지 올랐다. 5개월 만에 104.2%가 뛰었다. 가파른 속도로 높이 올라갔다. 5개월 동안의 초고속 급상승이다. 시간을 좀 더 쪼개보면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도 없다. 급등한 다음 날 급락, 급락 직후 급등, 하루에도 15%가 넘는 변동 폭을 보이는 일이 적잖았다. ‘롤러코스피’라고 불릴 만하다.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인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1500원대 환율이 굳어지는 듯하지만, 여기도 하루하루 들여다보면 1500원과 1560원을 오가며 이어가는 급회전이 어질어질하다.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외환보유고에 문제가 없고, 일시적 등락이라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롤러코스터가 안전하다고 백날 말해봐야 탑승객의 울렁증이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메시지가 주는 위안에는 한계가 있다.

언제나 평온하면 좋겠지만 애초에 시장이라는 곳은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변동성에 상시 노출된 곳이다. 시스템에는 변동성이 포함돼 있다. 보기에 따라 ‘역동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수용하면 대처법이 달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 변수에서 상수로 전환한 것처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뉴 노멀’로 수용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다고 예측 가능성이 드라마틱하게 커지지는 않지만, 변동성에 마냥 휘둘리지는 않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금융시장의 롤러코스터에 함께 올라탄 상황이다.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불길한 예언 같은 느낌으로 문장을 쓴 점 사과드린다. 그렇지만 시장을 해석하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변동성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처법이라고 말한다.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롤러코스터에서 완전히 내려갈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의 견고함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회피하는 대신 직시하고, 흐름을 읽어가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버틸 수 있는 시대다.
문수정 경제부장
(thursday@kmib.co.kr)
Copyright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