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장동혁의 길, 한동훈의 길

dalmasian 2026. 6. 11. 20:52

[진중권 칼럼]  2026.06.11.

            진중권 광운대 교수
6·3 지방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절묘하다. 아직도 ‘윤 어게인’에 매달리는 무능한 야당은 유권자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았고, 그 당의 한심함을 틈타 마구 폭주해온 오만한 여당은 유권자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장동혁 지도부는 참패했다. 부산, 충남, 강원 등 그가 가는 모든 곳에서 장동혁 대표는 ‘선거의 저승사자’ 노릇을 했다. 경남의 상황을 보건대 부산의 박형준 후보도 저승사자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당선되었을지도 모른다.

오세훈·한동훈 장동혁과 거리 둬
승리하고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
패하고도 즐거운 국민의힘 당권파
선택의 갈림길 선 당원·지지자

반면 오세훈(서울)과 한동훈(북구갑)은 철저히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둔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북구갑의 한동훈은 장동혁 지도부의 집중적인 공격과 견제에도 불구하고 박민식 후보를 거의 트리플 스코어 차이로 제쳤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른바 ‘당권파’는 2선으로 물러나야 하나, 참패한 그들의 표정은 마냥 즐거워만 보인다. 자기들이 탄압한 후보들이 승리하여 민주당에 타격을 준 것을 반사이익으로 챙겨 먹는 모양새다. 장동혁 대표는 사퇴는커녕 잠실에 모인 강성지지층과 결합해 열심히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자당의 후보가 이긴 선거의 결과를 뒤집자는 얘기다. 심지어 ‘5억 9천만 분의 1의 확률’ 운운하며 부정선거론까지 주장한다. 이것만 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적어도 장동혁의 노선은 국힘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국힘은 점점 벌어지는 이 두 길에 양발을 걸쳐놓은 채 아직도 결단을 못 내리는 모양이다. 이미 “정치적 좀비”가 된 대표를 아직도 내치지 못하고 있다. 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기에는 ‘공범의식’도 있을 것이다. 장동혁이 폭주할 때 그의 비이성적 행동을 묵인하고, 지원한 것이 자기들 아닌가. 그러니 적당히 얼굴마담으로 세워놓고 임기 끝나기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좀비는 그냥 죽은 자와는 다르다. 가만히 있지 않고 걸어 다니며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동훈이 복당하면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가장 클 것이다. 복당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한동훈 의원 자신도 복당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다. 다만, 그의 복당 여부와 상관없이 국힘의 정치인들은 한동훈의 선거 캠페인에서 배울 게 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주진우 의원의 극적 변신은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아마도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강성당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접하고 크게 느낀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렵게 ‘설득’을 해야 할 곳에서 쉽게 ‘편승’을 해버렸다. 한동훈을 보라. 그는 보수의 아성으로 들어가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는 심정적으로 반발하는 보수까지 설득해냈다. 탄핵 이후 국힘의 의원들은 바로 이 일을 했어야 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둘째, 한동훈은 서울 토박이, 타워팰리스에 사는 엘리트 검사임에도 그곳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주민들의 민심을 얻었다. 왜? 진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심을 잃은 국힘의 정치인들은 여기서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한동훈은 주민들을 선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는 수미상관법으로 개소식과 피날레 유세를 주민들로 치렀다. 그가 만든 쇼츠와 릴스의 주연도 찹쌀 할머니, 섀도우 복싱 소년, 샌드위치 소녀 등 지역의 주민이었다.

셋째, 그동안 보수정당의 선거전은 민주당의 것에 비해 감성적으로 후져 보였었다. 하지만 한동훈의 캠페인은 외려 민주당의 것을 후져 보이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그걸 보고 ‘이제 그들의 시대도 저물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동훈은 좌절한 보수층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하려 했던 보수층이 결집한 데에는 북구갑에서 불어온 동남풍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지도부의 본의가 아니게 국힘은 두 명의 유력한 대권주자를 얻었다. 이 둘은 장동혁 지도부의 도움을 받아 승리한 게 아니다. 외려 그들과 명확히 선을 긋거나, 아니면 그들과 치열하게 싸움으로써 승리한 것이다. 오늘날 국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시대착오적인 ‘배신자론’이었다. 그것으로 그들은 유승민을 내치고, 이준석을 날리고, 한동훈을 쫓아냈다. 오세훈도 당에 있었으면 무사하지 못 했을 게다. 실제로 한때는 그도 날리려고 했었다. 그 세력은 당에 그대로 남아 있다.

설사 장동혁이 물러나더라도 그들은 계속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국힘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계속 장동혁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이 한동훈·오세훈의 길을 갈 것인가.

진중권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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