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내가
2026.06.15.
스페인 연구진 “문화·환경·나이 상관없이 왼쪽 방향 선호”
지문·눈물·하품의 존재 이유도 아직 몰라, 과학 갈 길 멀어

일러스트=김성규
“오른손과 왼손이 본래 다르게 쓰이도록 타고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유모와 어머니의 어리석음’ 탓에 손에서만 차이가 나게 되었다.”
기원전 4세기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마지막 저작 ‘법률’에 이렇게 적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버릇이라고 본 것이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달랐다. ‘동물의 부분에 대하여’에 “오른손이 왼손보다 원래 우월하다”고 썼다.
그 후 3000년이 지났지만 이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세계 인구의 87~90%가 오른손잡이인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2024년 막스플랑크 연구진이 왼손잡이에서만 나타나는 희귀 단백질 변이를 찾아냈지만, 이는 전체 왼손잡이의 1%에만 영향을 미쳤다.
손잡이의 원인만큼 미스터리한 문제가 새로 등장했다. 스페인 나바라대 연구팀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사람들이 얼마나 거리를 두고 걷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동영상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기묘한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반시계 방향(왼쪽)으로 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누구도 과학적으로 궁금해하지 않던 현상이다. 연구팀이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움직이라고 하자 단 몇 초 만에 80%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고, 혼자 있는 사람도 75%가 왼쪽으로 돌았다.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출발 자체가 왼쪽 방향을 선호했다. 사람들은 걷다가 벽을 마주치는 경우에도 대부분 왼쪽으로 돌면서 피했다. 연구팀은 차량이 좌측 통행하는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방향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문화적 차이, 군중 효과, 주로 사용하는 손이나 발, 어떤 것도 원인이 아니었고 심지어 한쪽 눈을 가려도 사람들은 왼쪽으로 돌았다. 연구팀이 5세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했던 일본 연구팀에서 받은 동영상 속에서는 성인보다 더 심한 왼쪽 편향이 나타났다. 5년간 수많은 가설을 검증한 연구팀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이렇게 발표했다. “사람들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문화, 생활환경과 관계없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원인은 찾아낼 수 없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찾아보면 끝이 없다. 전신마취가 대표적이다. 1846년 미국 보스턴의 한 수술실에서 치과의사 윌리엄 모턴이 에테르로 환자를 처음 마취했다. 매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전신 마취의 혜택을 누리지만, 마취제가 어떻게 사람의 의식을 꺼뜨리고 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창간 125주년을 맞아 선정한 ‘우리가 모르는 미해결 질문 125개’에 ‘전신 마취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포함돼 있을 정도다.
지문·눈물·하품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물건을 더 잘 쥐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여겨진 지문은 오히려 피부와 물체의 접촉 면적을 줄인다. 촉각을 예민하게 한다거나 손가락을 보호한다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만 남아 있다. 찰스 다윈은 1872년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이 ‘목적 없는 부산물’이라고 했다. 이후 수많은 학자가 감정과 눈물의 관계를 연구했지만, 다윈보다 나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이 스트레스 호르몬과 독소를 씻어낸다는 주장도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다윈이 ‘가장 독특하고 인간적인 표정’이라고 묘사한 얼굴 붉힘 현상도 진화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거짓말이 들켰을 때 스스로를 고발하는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르면 이득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는 하품이 왜 필요한지, 뇌의 어떤 기전이 웃음을 유발하는지, 간지럼은 왜 남이 건드릴 때만 생기는지도 아직 모른다.
우리는 138억 년 전 우주의 첫 순간을 수식으로 계산하고 거대한 가속기로 재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30억 쌍의 염기로 이뤄진 유전체(게놈)를 한 글자씩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움직이기 시작하면 왼쪽으로 도는지, 왜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지 같은 기본적인 물음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우리 몸에 새겨진 명령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3000년이 지나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보면 아직 과학이 갈 길은 멀고도 멀었다.
박건형 콘텐츠앤AI전략팀장 defy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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