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2026.06.15.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가 지난 10일 발족했다. 검찰 폐지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짚어보는 이 위원회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 제공
최근 한 형사 법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공소 유지를 담당하던 검사가 변호사에게 “사건 좀 찾아주실 수 없냐”는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 의뢰인이 보이스피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보이스피싱 여죄가 있는데, 그 사건이 어디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2심에서라도 사건을 병합해 한 번에 재판받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기에 변호인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어느 지청에 갔더니 경찰로 보냈다고 하고, 경찰은 또 다른 지검으로 보냈다고 하는 식이었다.
결국 부탁을 받은 검사가 수차례 검색과 전화 탐문을 거친 끝에, 사건이 네 차례나 이동하며 보완 수사 요구를 거쳐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태면 더 이상 병합은 안 된다. 그만 재판을 끝내자”고 했고, 변호사는 “사건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주신 것만으로도 재판부와 검사님께 너무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대한민국 형사 법정에서는 경험 많은 변호사조차 사건을 찾아 헤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사지휘를 보낸 사건도 끝까지 관리하던 과거와 달리,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한 사건은 아예 검사의 사건 명부에서 지워진다. 판사조차 법정에서 “아시다시피 요즘 형사 절차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사건에서 손 뗀 검사는 한가할까. 각종 특검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1인당 미제가 600건에 달한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구속돼 실형이 나왔을 사건인데, 처리가 늦어지며 무혐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변호사로서는 돈을 벌 기회라지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의 말처럼 “망가지는 형사사법제도를 보는 것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피해자의 고통도 함께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난맥상은 2021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이른바 ‘검찰개혁’이 누적된 산물이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청 폐지 후에도 공소청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이 부실한 수사에는 손도 댈 수 없게 하는, 쉽게 말해 ‘시험 봐야 하는 학생을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격’이다. 오죽하면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회조차 “수사권 전면 박탈이라는 목표에 매몰돼 부작용 검토 없이 강행한다”며 활동 종료를 통보했을까.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 등 이재명 대통령이 얽혀 있는 사건들을 포함해 검찰의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의 사건은 행방조차 모르는데 대통령과 여권 관련 사건은 기존 결론을 뒤집으려는 듯한 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10월 폐지될 검찰에 ‘미래’ ‘인권 존중’ 등의 단어를 붙인 이 위원회의 이름을 비틀어 ‘형사 사법의 미래를 없애는 위원회’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검에 조사 기구가 설치되면, 마른 수건 쥐어짜듯 가뜩이나 부족한 일선 인력을 또 빼내야 할 판이다.
지금 형사사법 시스템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망가졌다. 내 사건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 ‘사건 찾아 삼만리’를 떠나는 국민들 앞에서, 권력자의 인권만 챙기겠다는 ‘검찰미래위’ 출범은 한가하다 못해 잔인하다. 형사법정의 시계는 멈춰 섰는데, 권력의 시간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양은경 기자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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