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배재고 야구부 등 6일 광주 방문
배재고 교장·학부모 울음 속 사죄
광주일고 "미래 끝나지 않았다"
"우리 팀도 돌아보는 계기 됐다"

이효준 서울 배재고 교장이 6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문을 읽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광주=뉴시스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신 광주 시민과 광주일고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
"배재고 학생들, 고개 들고 어깨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
6일 오후 3시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광주일고) 강당 단상에 선 서울 배재고 야구부 주장 A군이 사과문을 낭독한 후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강당에는 흰색 셔츠에 회색 바지, 넥타이를 맨 배재고 야구부원 전원과 감독·코치, 교장 등 교직원, 학부모 등 80여 명 그리고 남색 교복을 입은 광주일고 야구부원, 교장 등 교직원 50여 명이 자리했다. A군의 사과문 낭독에 일부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떨궜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주장(왼쪽)이 6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를 찾아 제일고 야구부 주장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를 하고 있다. 광주=강예진 기자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교직원 등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이날 광주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A군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서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면서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고, 일어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선수들의 좋지 못한 발언,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받고 계신다.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재고 야구부 감독 B씨도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임을 인정하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기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경기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동업자 정신, 선수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인도하지 못했다"며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저도 모르게 잊고 있었고, 저의 언행과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한 듯해 더욱 깊이 자책하며 부끄러울 뿐"이라고도 했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은 "민주주의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함께 성찰하겠다"고 말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광주=강예진 기자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일고 야구부와 교직원은 따뜻하게 배재고의 사과를 받았다. 사과문을 건네받은 광주일고 야구부 주장은 "우리 역시 다른 팀에 상처를 주는 원인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화답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훌쩍이는 학부모들과 고개 숙인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배재고 학생들, 고개 들고 어깨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격려했다. 이어 "다음에 만날 때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기량을 펼치며 멋진 승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멋진 용서의 모습"이라고 격려했다.
이 교장은 "광주일고 학생독립운동기념탑 휘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것이며, 1929년 학생독립운동 당시 배재학당 학생들도 함께 옥고를 치르며 공훈을 인정받았다"고 두 학교의 인연을 언급하며 배재고 학생들을 보듬었다.
두 학교 야구부원들은 일렬로 마주 서서 한 명씩 손을 맞잡고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처음 행사장에 들어설 때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는 따뜻한 격려가 오갔다. 이를 바라보는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두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나란히 광주일고 교내에 위치한 학생독립운동기념탑으로 향했다.

6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배재고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학교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5·18 민주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주묘지에 도착한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숙연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스피커를 통해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리자 묘역 앞에 선 학생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헌화한 뒤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이날 참배 현장에 함께한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부끄러움을 알고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며 "1980년 5월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생각하며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은 "11월 3일 광주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에 맞춰 (양교가) 다시 한번 스포츠 교류를 통해 화합의 장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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