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 이 대통령 "서울에 공급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집값이 오를 때 모두가 주택 공급이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주택 공급'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14일)도 국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 시장에게 "지금 일반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현황 보고도 좀 넣어서 해달라"며 공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구윤철 부총리는 최근 '닥치고 공급'이라는 표현으로 주택 공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고요. 김윤덕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어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공급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집값 문제의 '만능키' 처럼 여겨지는 주택 공급, 역대 정부가 대부분 공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강조했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실제 공급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러한 주택 공급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늘 '서울'의 공급 문제가 중심이 됩니다.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거나,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집을 지어야 집값 안정 효과가 있다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이 늘 문제가 되는 만큼, 서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할까요? 지어야 한다면 얼마나 지어야 하는 걸까요?
공급에 대한 정책 책임자들의 무수한 강조와 달리, 사실 집이 얼마나 어디서 부족한지, 어떤 집이 어떻게 공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는 정작 찾아보기 힘듭니다.

■ 인구는 줄어드는데.. 서울의 주택은 언제나 모자란다?
일단 왜 서울에 집이 늘 부족한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서울 집은 왜 늘 부족할까요?
서울 인구는 2010년 1,057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택 수요도 함께 줄어야 할 텐데요.
흥미롭게도 실제 통계는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서울에서는 인구가 줄지만, 집을 필요로 하는 단위인 세대(가구)는 늘고 있습니다.
원인은 세대 분화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던 한 세대가 1인 또는 2인 세대로 나뉘면 인구가 늘지 않아도 주거 단위는 늘어납니다.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살 때는 주택 한 채가 필요하지만, 두 명과 한 명으로 나뉘어 살면 두 개의 독립적인 거처가 필요한 겁니다.

서울의 인구 감소와 주택수요 증가는 이런 구조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가구의 분화와 경기·인천 지역으로의 이동을 주민등록 통계와 인구이동 통계를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총인구는 56만 8천여 명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함께 살면서 생계를 같이하는 단위인 가구는 37만 5천여 가구 증가했습니다.
최근 3년간 주민등록 통계도 '사람은 줄고, 가구는 늘어나는' 방향입니다. 2022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서울의 거주자 인구는 12만 2444명 감소했지만, 주민등록 세대는 6만 206세대 증가했습니다. 서울의 한 세대당 세대원은 같은 기간 2.129명에서 2.073명으로 줄었습니다.
가구의 분화가 세대 수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 효과를 압도한 셈입니다.

■ '1·2인 세대' 65만 ↑, '3인 이상 세대' 34만 ↓
'소형화' 되고 있는 서울 세대 구조의 변화는 내부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16년 서울의 주민등록 세대는 418만여세대였는데 2025년에는 450만여 세대로 약 31만 세대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1인 세대는 46만여 세대, 2인 세대는 18만여 세대 증가했습니다. 1·2인 세대를 합하면 약 65만 세대가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서울에서 3인 이상 세대는 약 34만 세대 감소했습니다. 3인 이상 세대의 감소보다 1·2인 세대 증가가 두 배 가까운 규모로 증가하면서 전체 세대수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1·2인 세대 비중은 2016년 57.5%에서 2025년 68.0%로 높아졌습니다. 이제 서울 주민등록 세대 열 곳 중 약 일곱 곳이 한 명 또는 두 명으로 구성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1·2인 세대가 증가했는데 이쯤되면 일부 지역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 구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서울의 기존 가족 구조가 더 작은 단위로 재편되면 주택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한 집에 살던 구성원들이 여러 세대로 나뉜다고 해서 기존에 살던 집이 곧바로 비워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 세대가 집에 남은 상태에서 새로운 세대가 별도의 거처를 찾는 경우, 주택수요는 순증합니다.
여기서 '수요 불균형'에 따른 서울 집값의 지속적인 상승 곡선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족 생긴 30대.. 넓은 집 찾아 서울 밖으로 이주
이렇게 가구 분화로 만들어진 주거 수요는 세대별로 다른 해결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1인 가구가 주를 이루는 20대는 서울 밖(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짝을 찾거나 가족을 이룬 30대는 서울에서 서울 밖(경기.인천)으로 이주하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난 겁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3년간 국내인구이동통계(2023~2025년)에 포착된 134만 건의 수도권 전입신고 기록 가운데 주택이나 주거 환경을 이유로 이주한 35만 8천여 건을 추렸습니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와 철거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13개 동을 제외하고, 세대주의 연령이 확인할 수 있는 29만6천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대가 최근 3년간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순유입된 사례는 1,538건(세대)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순유입이란 경기에서 서울로 들어온 수(7,984건)에서 다시 빠져나간 수(6,774건)를 빼고, 최종적으로 서울에 남아서 세대가 늘어난 진짜 숫자를 말합니다.
20대의 이동을 세대원 수로 분류했을 때는 단독 세대(1명)가 3139건으로 나타나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0대의 경우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의 순유출이 2만 6905건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30대 세대주는 20대와 다르게 2인 가구 이상의 이동이 1만 430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인 이상 가구의 이동 7,281건까지 합하면 2인 이상의 가족을 이룬 가구의 이동이 1인 가구의 이동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 겁니다.
특히 30대가 세대주인 3인 이상 가구의 이동 사유 가운데 77.4%가 주택·주거환경 때문으로 집계됐습니다.
경기·인천에 거주하는 20대는 서울 안으로 들어오지만, 30대가 되면 더 넓은 집을 찾아 서울 밖으로 나가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는 겁니다.

■ 서울 소형 공급이 우세한 반면, 중형 공급 비율은 낮아
이러한 흐름은 공급되는 주택의 면적에서도 나타납니다. 2017~2024년 서울 준공 물량의 61.0%는 60㎡ 이하였고, 60~85㎡는 28.6%였습니다.
반면 인천은 60~85㎡가 55.9%, 경기는 52.2%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소형주택이 주류였고, 경기·인천에서는 중형주택이 주류인 셈입니다.
서울의 공급이 소형 주거에 집중되는 동안, 여러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중형 주택은 경기·인천에서 훨씬 더 강하게 공급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진유 경기대 도시ㆍ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의 자가 거주율이 48% 정도인데 소형 주택을 계속 많이 공급하게 되면 거주율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3~4인 가구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자가 거주율이 떨어지고 임대 세대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수요 집중으로 집값이나 임대료가 오르게 되면 임차인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주거 불안이 심화된다는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 서울 내 주거 유형 다양성 점점 떨어져
20대는 결국 30대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동거인 혹은 가족이 생기며 가구를 구성하고, 결국 혼자 살 때보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때보다 더 넓은 집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들은 서울에 사는 상당수의 30대가 '주택'문제로 서울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다가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로 이주한 A씨 부부 역시 서울 아파트가 너무 비싸서 경기도로 이주한 경우입니다.
가족과 함께 경기도에 정착하게 된 A씨는 "서울 아파트는 꿈도 못 꿨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지수(한국부동산원)는 최근 5년간(2016.5~2026.5) 약 40% 올랐습니다. 10년 전 10억짜리 아파트였다면, 최근 기준으로 14억원 정도가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기간 누적 물가상승률의 2배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서울에서 가족이 함께 살만한 넓고 쾌적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불가피한 장거리 통근이 유발되고, 거주의 다양성은 감소하게 됩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의 고밀도 토지 이용이 이뤄지면서 서울대도시권은 OECD 국가 대도시 중 가장 긴 평균 2시간 30분의 통근 시간으로 고통받는 도시가 되었다"며 "출퇴근에 3시간을 쓰게 될 경우 기회비용은 연간 3,60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도시는 통근 비용 등 공간이동비용을 최적화하면서 공간적인 집적으로 발생하는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애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주거 형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남권 등 경기도 인접 지역에서 가족 단위 순유출 커져
서울에서 30대가 혼자가 아니라 두 명 이상 함께 집을 옮길 때, 어느 동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고 어디에 새 거처를 마련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전입신고에 이동사유를 ‘주택’ 또는 ‘주거환경’으로 기록한 경우를 분석했는데, 대규모 정비사업에 따른 철거와 이주 영향이 큰 행정동 13곳은 제외했습니다.
2024~2025년 서울과 경기·인천 사이의 이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대 2인 이상 가구의 출발지는 서울 서남권 등 경기도 인접지역에 집중됐고, 목적지는 경기도 광명·부천·김포·시흥 등 서울 경계와 연결된 곳이었습니다.
30대 2인 이상 세대주의 1,000세대당 경기·인천 주거 순유출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은 금천구 가산동이었습니다. 가산동의 통합 발생률은 72.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구로구 수궁동이 62.1건, 오류1동이 53.9건, 강서구 화곡1동이 53.5건, 금천구 독산3동이 48.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뒤로 구로구 개봉3동 47.5건, 은평구 신사2동 46.8건, 강서구 화곡4동 44.9건, 서초구 양재2동 43.3건, 금천구 독산1동 42.9건이 상위 10곳에 포함됐습니다.
가산동은 지역의 30대 다인 가구 규모와 비교한 발생률이 가장 높았지만, 3년간 순유출 사건이 가장 많았던 동은 화곡1동이었습니다. 화곡1동에서는 2023~2025년 30대 다인 이동이 317건 순유출됐고, 이동 인구로는 838명이었습니다. 독산1동도 292건·788명으로 절대 규모가 컸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 서남권이 단순히 인구가 많이 감소하는 지역이 아니라, 30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새로운 주택을 구하는 단계에서 서울 밖 이동이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서울 거주 30대 세대주(2인 이상)의 경기 유출 상위 지역의 이동경로 (2024~2025)원본보기
서울 거주 30대 세대주(2인 이상)의 경기 유출 상위 지역의 이동경로 (2024~2025)
그렇다면 가족이 늘어나는 시기의 주거 이동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향했을까요?
상위 10개 서울 출발동에서 경기지역으로 향했던 이동을 집계한 결과, 최대 서울→경기 순유출 목적지는 광명시 광명1동이었습니다.
이밖에 파주시 운정5동과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 광명시 철산2동 , 김포시 풍무동, 시흥시 목감동 등이 서울로부터의 전입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넓게 보면 서울 구로·금천에서는 광명·부천·시흥이, 서울 강서에서는 김포가 서울 주거 사다리의 다음 단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양재2동에서는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 의왕 등 경기 남부 주거지와의 연결이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전입신고서에 기재된 이주 사유와 높은 일방향성, 3년간의 지속성, 경기도 인접 지역 집중, 근거리 목적지라는 특징은 서울 안에서 충족되지 못한 가족 규모의 주택수요가 경계를 넘어 해소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다만 이 자료만으로 모든 세대의 이동이 비자발적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넓은 신축 주택을 선호해 자발적으로 외곽을 선택한 가구도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구 이동 통계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일관된 편입니다. 최소 2년 이상 지속된 3인 이상 가구의 특정 방향에 대한 높은 이동률은, 서울 안에서 다음 단계의 집을 찾지 못한 수요가 행정 경계를 넘어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인구 이동 경향에 대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창무 교수는 "가족형 가구를 담을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라며 "2∼3인 가구 수요를 담을 수 있는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이 수용하는 가구 수는 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인구 분화나 가구 소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누군가는 밀려난다 "며 "가구 수로 보면 더 채워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구 자체가 소형화되기 때문에 사람의 입장에서는 밀려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진유 교수도 "서울시의 전체적인 거주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전용 84㎡ 안팎의 주택들이 더 많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며 "1~2인 가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무조건 소형 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부분의 사람을 임차 거주인으로 만들겠다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공급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특정 유형에 편중된 주택 공급은 실거주가 필요한 계층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큰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서울에 붙잡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남고 싶은 사람이 소득이나 생애주기의 변화 때문에 일방적으로 탈락하지 않도록 주거 사다리의 중간 선택지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생애주기 상 주거 사다리의 중간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중형 규모의 주택을 어떻게 도심에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이어질 기사를 통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 사용 통계
국가데이터처 「국내인구이동통계」 세대관련연간자료 2023~2025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 인구·가구·주택 통합표 2015~2024
국가데이터처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한 주택수」2024
행정안전부 「인구이동」2023~2025
행정안전부 「행정동별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현황」2022~2025
행정안전부 「행정동별 세대원수별 세대수」2016~2025
행정안전부 「성별 연령별 주민등록 1인세대수」2023~2025
행정안전부 「세대주 성/연령별 현황」2024~2025
국토교통부 「주택규모별 주택건설 준공실적(월계)」2017~2026
국토교통부 「주택멸실현황」2015~2024
국토교통부 「(新)주택보급률」2015~2024
이슬기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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