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8.
15일 8% 오른 SK하이닉스, 16일엔 11%↓…반도체 변동성 지속
美 빅테크 실적 앞두고 투자자 대응도 제각각
증권가 “AI 끝난 것 아니지만…분산 대응 필요”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둘러싼 ‘인공지능(AI)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는 최근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반도체 비중을 늘린 반면, 차익을 실현하거나 현금 비중을 확대하며 변동성에 대비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AI 사이클 종료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향후 미국 빅테크들의 투자 계획이 주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5일 기준 3거래일만에 72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는 다시 뒤집혔다. 다음날인 16일 코스피가 6% 넘게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8%, 11% 넘게 밀렸다. 당시 뉴욕증시에서도 마이크론과 인텔, AMD 등이 일제히 하락했고 SK하이닉스 ADR 역시 9% 하락 마감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 지속 여부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 코스닥은 37.59p(4.53%) 하락한 791.84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4.3원 내린 1480.4원을 기록했다. /뉴스1
반도체 비중 줄인 개미들…“분산이 우선”
AI 투자 피크아웃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반도체 집중 투자 대신 코스피 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다가 코스피 5700선에서 국내 지수 ETF를 매수했고, 코스피가 9000선을 넘자 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조정이 이어지자 다시 지수 ETF를 사들였다.
김씨는 반도체 고점 우려를 감안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이나 반도체 ETF보다는 지수 ETF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그는 “지수에 투자해도 반도체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생각했던 만큼 분산투자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며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 매수하고 일정 수준 수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학생 한모(22)씨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전력과 에너지 관련 섹터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증시가 흔들렸던 3월, 국내 반도체 ETF의 낙폭이 가장 컸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출시되면서 과열 양상이 심해졌다고 판단해 다른 업종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AI는 간다…추매·현금확보로 맞선 투자자들
반면 AI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형 ETF에 투자자산 대부분을 담고 있다. 그는 “AI 과열 우려는 알고 있지만 결국 반도체는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적과 펀더멘털이 탄탄한 만큼 최근 조정은 일시적인 과정이라고 보고 매달 추가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확보를 택한 투자자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코스피가 지난달 8800선에 근접했을 때 일부 반도체 종목을 매도하며 현금 비중을 늘렸다.
그는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와 반도체 쏠림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욕심을 내기보다 대응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 다시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점 매도 기회를 놓친 뒤 추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도 있었다. 직장인 서모(32)씨는 SK하이닉스를 100만원대에 매수해 290만원까지 올랐지만 매도하지 못했고 최근 220만원대에서 다시 비중을 늘렸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은 좋지만 언젠가는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는 수익만 바라보기보다 손절 기준도 함께 세워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AI 끝난 게 아니다…주도주는 유지, 대응은 유연하게 해야"
증권가는 투자자들의 대응이 엇갈리는 이유로 ‘AI 사이클 종료’와 ‘주가 상승 탄력 둔화’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주도주의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변수는 현재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성장률의 변화”라며 “실적이 견조하더라도 가이던스와 성장 기대가 꺾이는 순간 주가 상승 탄력은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메모리 업황의 종료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과거와 같은 가파른 실적 개선이 반복되기보다는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도주 비중을 급격히 축소하기보다는 기존 AI 핵심 포지션은 유지하면서 자동차·은행·화장품 등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을 병행하는 전술적 대응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AI 투자 피크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계획이 유지된다면 최근 조정은 일시적인 변동성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투자 축소 신호가 확인될 경우 반도체주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권우석 기자 rainst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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