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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르던 동네도 묶였다...10·15 대책, 통계 골라쓰기 의혹

dalmasian 2025. 11. 23. 07:41

2025.11.23.

서강석 송파구청장(오른쪽 셋째)이 지난 10월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한 서울시 자치구 공동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스1


이재명 정부가 '10·15 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규제 근거로 사용한 통계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3개월 집값이 물가상승률의 1.3~1.5배를 넘어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원칙인데, 정부는 9월 통계는 누락한 채 6~8월 통계만으로 규제지역을 정했다. 현재 규제지역 중에서 7~9월 통계로 보면 제외되는 곳은 8곳에 달한다. 10월 통계도 9월 추세와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8개 지역은 애꿎은 피해를 봤고, 서울 강남 등 기존의 투기과열지구는 규제 이후 도리어 올랐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등 야권은 절차상 위법을 지적하며 규제를 무효화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안 오르던 곳은 계속 안 오르는데…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이 되는 조건은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가 넘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는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만 정해져 있는데, 국토부가 삼는 지정 기준은 통상 물가상승률의 1.5배다.

이번 10·15 대책에서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 광명·하남·과천·의왕시,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성남 수정·중원·분당구, 수원 장안·팔달·영통구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동시에 됐다. 국토교통부가 통계를 적용한 6~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서울 0.21%, 경기 0.25%였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려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서울 0.27%, 경기 0.32%를 넘어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까지 조정대상지역에 묶인 것이다.

그러나 주간조선이 유경준 전 통계청장이 정리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7월부터 통계를 사용하면 상당수가 조정대상지역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기준을 7~9월로 바꾸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서울과 경기 각각 0.55%, 0.63%가 되고, 1.3배를 적용해 집값 상승률이 각각 0.71%, 0.82%를 넘어야 한다. 이러면 서울 중랑(0.58%)·강북(0.51)·도봉(0.45%)·금천(0.56%), 경기 의왕(0.54%)·성남 중원(0.75%)·수원 장안(0.36%)·수원 팔달(0.69%) 등 총 8곳이 물가상승률 기준에 미달한다. 특히 서울 강북·도봉·금천, 경기 의왕·수원 장안은 집값이 물가보다 오르지 못해 이 기간 동안 오히려 떨어진 셈이 된다.

기준을 8월부터 10월로 잡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은 서울과 경기 각각 0.70%와 0.80%, 규제 기준은 0.91%와 1.04%가 된다. 7~9월 규제 기준에 미달했던 지역이 그대로 미달하는 것은 물론, 서울 노원(0.74%)이 추가된다. 수원 장안구는 집값이 가장 적게 올랐는데 3개월간 물가가 0.8% 오를 때 집값은 0.32% 올랐다. 이처럼 지정사유가 마땅하지 않거나 지정사유가 소멸된 지역은 국토부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통해 심의, 해제할 수 있다. 경기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광교가 있는 영통구를 제외하면 수원은 최근 집값이 정체되는 지역"이라며 "너무 지엽적이거나 자의적인 근거로 지정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한편 10·15 대책 발표 후 '효과'가 반영된 한 달 동안 서울의 '상급지'는 집값이 되레 더 올랐다. 서울 평균이 1.19% 오른 가운데 '마용성'이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마포 2.21%, 용산 1.75%, 성동 3.01%였다. 송파(2.93%), 강동(2.28%)도 크게 올랐다. 특히 신월동과 신정동 등 호가 6억원 이하 대단지 주택이 적지 않게 몰려 규제의 '그늘'로 꼽힌 양천구가 급등세(2.16%)를 보이기도 했다.

통계 의도적 누락했나

문제는 절차다. 원칙대로라면 국토부는 10월의 직전 달인 9월의 주택가격상승률 통계를 사용했어야 한다.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국토부가 9월 통계의 존재 유무를 알았냐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충족 여부를 판단한 시점인 주정심은 10월 13~14일에 열렸고, 이 시점은 통계가 공표되는 15일 이전이니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국토부가 9월 통계를 이미 봤다고 의심한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9월 통계(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결재한 것은 10월 10일, 국토부에 제공한 것은 13일 오후 4시쯤이다. 국토부가 서면으로 열리는 주정심 심의 요청 공문을 심의위원들에게 보낸 시간은 이날 오후 6시 1분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주정심 이전에 9월 통계가 국토부로 넘어간 것은 맞다.

9월 통계는 10월 15일 오후 2시에 공표됐다. 국토부는 통계법상 '관계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공표 전 통계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국가데이터처(통계청)는 국토부는 관계기관이 맞다고 해석한 상태다. 천 의원실은 오히려 15일 이전에 절차를 마치기 위해 주정심 심의 절차를 촉박하게 진행했다고 본다. 천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27 대책 발표 당시 열린 주정심은 심의 요청 당시 회신기간을 약 3일 보장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번엔 13일 오후 6시에 공문을 보내 다음날인 14일 오후 3시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심의 일정이 촉박해서 회신을 하지 않은 부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나오지도 않은 통계를 사전보고받지 않았나. 9월 통계의 존재를 몰랐을 리가 없다"며 "무엇보다 매달 15일에 통계가 나온다는 것은 관계 공무원들이라면 모두 안다"고 전했다. 정책을 정확히 수립하려는 의도였다면 최신 통계를 굳이 누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 전 청장은 "이번에도 결론을 정해놓고 통계를 선택한 것"이라며 "규제지역 지정 사유가 소멸됐으면 즉시 심의를 열어 해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모두 국토부 장관이 주정심을 열어야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조정대상지역은 국토부 장관이 반기마다 해제를 검토하고, 지자체장도 해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국토부에서 40일 내에 해제 여부를 심의하게 돼 있다.

이용규 기자 using_ky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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