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
[아무튼, 주말]
합리적인 결혼을 원한다
예비부부 비용 절감 분투기

결혼 비용을 아끼고자 블로그를 시작해 협찬을 노리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예비부부가 제주 서귀포시 백약이오름에 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조선일보 DB
신혼 3개월 차 이모(33)씨는 결혼 6개월 전부터 웨딩홀 투어, 드레스 착용 후기 등을 올리는 ‘웨딩 블로그’ 운영을 시작해 총 395만원의 결혼 비용을 아꼈다. 협찬을 받고 체험 후기를 작성하는 대가로 70만원 상당의 웨딩 스냅 촬영권, 25만원 상당의 본식 아이폰 스냅, 80만원 상당의 신부용 에스테틱 8회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여기에 블로거 후기 특전을 통한 맞춤 정장 130만원 할인, 웨딩 사진 보정·대관료·메이크업 할인, 페이백까지. 이씨는 “결혼 비용을 줄이려고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개설 두 달도 안 돼 협찬 당첨이 돼 놀랐다”고 했다.
올해 평균 결혼 비용은 2160만원(한국소비자원 조사). 이 중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 기본 비용은 293만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일 뿐. 예비부부들은 “사진 원본 제공에도 추가금이 붙는 등 예상하지 못한 옵션으로 비용이 순식간에 불어난다”고 토로한다. 실제 250만원이던 견적이 다양한 추가금이 붙으며 5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2일 스·드·메 등의 패키지 가격과 추가금 옵션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기본 견적을 올릴 것”이라며 이씨처럼 블로그를 시작해 협찬을 노리거나 값싼 웨딩드레스·메이크업 자구책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가성비 결혼하려 블로그 시작
내년 하반기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는 “요즘 예비 신부 단체방에서는 ‘블로그 안 하면 생돈 날린다’는 말이 돌 정도”라며 “결혼 적령기 블로거가 많지 않다 보니 협찬 경쟁률도 낮다고 들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집을 살 것 아니냐”고 했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조사한 ‘2025 결혼 비용 보고서’를 보면 실제 결혼에 사용한 평균 비용은 5765만원(주택마련 자금 제외). 이 중 스·드·메 비용은 평균 441만원으로 소비자원 조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포털 검색창에 ‘결혼 블로그 시작’을 입력하면 “가성비 결혼을 위해 블로그 운영을 시작한다”는 게시물이 쏟아지는 이유다.
방문자 수가 적어 협찬이 어려운 초기에는 교제 기간, 프러포즈 후기, 상견례 후기 등을 올리며 블로그를 꾸민다. 체험단 모집 사이트에는 ‘80만원 상당 스튜디오·야외 웨딩 촬영’ ‘250만~300만원 상당 웨딩드레스 3벌 피팅 체험’ 등 수백 건의 공고가 올라온다. 한 웨딩 스냅 업체 관계자는 “홍보성 후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업체도, 블로거도 윈윈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웨딩 카페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체험·후기·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조합하면 스·드·메 전체 비용을 사실상 ‘0원’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알뜰 예비부부의 얘기다.
하루 입는데… 5만원대도 OK
웨딩드레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우선,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드레스 대여 비용을 줄이고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5만~8만원대 드레스를 구매하는 것. 올해 2·3분기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지역 웨딩드레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피로연에서 8만원짜리 드레스를 입었다는 20대 신부는 “길어야 30분 입는데 대여 비용이 20만~30만원이라 부담됐다”며 “판매자에게 치수를 보내니 얼추 맞춤처럼 와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결혼식이 끝나면 중고로 판다. 당근마켓의 웨딩드레스 검색량은 지난달까지 작년 동기 대비 23.8% 늘었다. 면사포나 왕관 등 결혼 소품도 거래한다. 반대로 중고 드레스를 구매해 본식 때 입는 경우도 있다. “숍에서 대여하는 드레스도 어차피 대부분 중고를 가봉해서 입는 것 아니냐”는 것. 메이크업 비용을 아끼려고 직접 하기도 한다. 한 뷰티 유튜버가 올린 ‘청담 웨딩 메이크업 셀프로 하기’ 영상은 조회 수 101만회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결혼 시장의 불투명성과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근 신랑·신부들은 기존의 예식장 중심 서비스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아낄 수 있는 만큼 아끼는 실용적 선택을 선호한다는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드·메 패키지의 기본 가격과 옵션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명확하다 보니 예비부부들은 어디서부터가 정상 가격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지면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협찬받으려고 하거나 공식 쇼핑몰 같은 대안 플랫폼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유미 기자 youand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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