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6.
올 9월까지 457명 숨져 3% 늘어
처벌 아닌 예방 정책 필요성 제기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나흘째인 9일 오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 브리핑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이 사고로 매몰된 7명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연합뉴스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제재 정책을 폈지만 올 들어 9월까지 산재 사망자는 작년보다 오히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작년까지 계속 감소세를 기록하다 올해 처음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영세 사업장의 증가 폭이 컸다. 산업계에선 ‘군기 잡기식’ 처벌 위주 정책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1~9월 기준)는 2022년 510명, 2023년 459명, 2024년 443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457명으로 늘었다.

정부의 엄포에도 산재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건 노동 시장의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의 42.4%는 60세 이상이었다. 또 전체 산재 사망자 중 13.1%(60명)가 외국인인데, 전체 근로자 가운데 외국인이 3% 수준인 걸 감안하면 산재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산재 대부분 영세업체… 사망자 절반 가까이가 ’60세 이상'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산재를 줄이는 데 국가적 힘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반복적인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고, 8월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 감소에) 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형 산재가 연이어 터졌다. 지난 8월엔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2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고, 10월엔 울산 SK에너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11월엔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코레일 등 공공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민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더니, 공공기관 사고는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김영훈 장관은 지난 8월 “민간 기업의 원·하청 관계를 국가 기관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민간에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11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사고 현장에서 붕괴된 5호기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노동부가 25일 발표한 ‘3분기 재해 조사 대상 사망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특히 근로자 50인 미만 영세 업체들에서 사망자가 늘어났다. 올해 1~9월 영세 업체 사망자는 2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명(10.4%) 늘었다. 5인 미만 업체로 한정하면 27명(24.5%) 증가했다. 반면 50인 이상 업체 사망자(182명)는 같은 기간 오히려 12명(11.2%) 줄었다.
이렇게 영세 업체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 안전 관리에 투입할 인력과 예산이 없고, 다단계 하청 구조 때문에 위험한 공정에 투입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같은 규제 일변도 산재 정책을 이어가면 영세 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자’를 낸 법인에 최대 ‘영업이익의 5%’ 과징금 부과, 사망 사고가 건설사에서 재발하면 등록 말소, 다른 업종에 대해선 인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안을 추진 중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영업 이익 1~2%에 불과한 업체에서 산재 사고가 나면 이익을 다 토해내라는 얘기”라며 “사실상 기업 활동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기업 설문 조사에서도 처벌 위주의 정부 정책이 산재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드러났다. 경총이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새 정부 노동 안전 종합 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222곳)의 73%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됐다’(57%), ‘노동자 책임 강화 없이 권리만 강조됐다’(24%) 등이 나왔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76%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과징금,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산재 통계는 대표적 후행(後行) 지표”라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사 기자 asa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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