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영화 ‘멜라니아’

dalmasian 2026. 2. 2. 01:44

[한마당] 2026.02.02.

영화 속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이다. 남편이 대통령 취임 연설 리허설 도중 ‘중재자’라고 하자 “중재자이자 통합자”라고 덧붙인다. 취임식 드레스 디자인에도 직접 개입한다. 지난 1월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멜라니아’ 예고편의 한 장면이다.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취임 전 20일을 다룬 이 영화에는 ‘은둔의 영부인’이라는 이미지가 없다. 퍼스트레이디의 여과 없는 모습은 흥미로울 법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시선은 스크린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한다. 이 작품은 문화 콘텐츠라기보다 하나의 정치적·상업적 사건으로 소비되고 있다.

영화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 이후 퇴출됐던 브렛 래트너 감독의 복귀작이다.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미투 이후 사라졌던 인물이 가장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권력의 서사를 통해 복귀하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제작비는 약 500만 달러(약 72억원)로 추정되지만, 아마존은 판권 입찰에 4000만 달러를 지불했고 개봉을 앞두고는 3500만 달러의 홍보비를 투입했다. 기존 다큐멘터리와 비교해 시장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뒷말은 시사회에서도 이어졌다. 미네소타 사태와 중동 군사 긴장 등으로 미국 안팎이 어수선한 와중에도, 국가 안보 수장을 포함한 행정부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참석이 사실상 ‘의무 사항’처럼 여겨졌다는 전언도 나왔다.

‘멜라니아’는 한 영부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이자, 오늘날 권력이 자신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말이나 설명 대신 이미지를 통해 공감을 확보하고, 자본과 플랫폼을 통해 기억을 관리하는 권력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점점 보편적인 정치 문법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다큐가 불편한 이유는 사생활 전시가 아니라, 정치가 사적인 서사로만 남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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