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전투와 정인면옥 냉면

dalmasian 2026. 2. 2. 01:46

[국민논단] 2026.02.02.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연일 부동산과의 전쟁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이 대통령

그러나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주장은 팩트가 아냐

부동산의 가격 상승률은
냉면과 부라보콘보다 낮았다

상승의 주범은 다주택자 아닌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지난 3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핵추진 잠수함 추진, 일본 극우파 출신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셔틀외교,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개최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결별하고,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확정하면서 보수 언론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표하던 ‘코스피 5000’도 달성했다. 코스피 5000, 관세 협상 타결, 핵추진 잠수함, 다카이치와의 셔틀외교, 탈탈원전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자신감이 뿜뿜할 만한 사안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 대통령은 ‘부동산과의 전투’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시작은 지난 21일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였다. 부동산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오는 5월 9일까지인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5월 10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X(옛 트위터)에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게시물을 다량으로 올렸다.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는 모두 ‘집값을 잡겠다’고 내걸었고, 이후 정치적으로 큰 곤란을 겪었다. 두 번의 진보 정부 경험으로 인해 민주당의 많은 관계자들은 ‘부동산 때문에 정권을 뺏겼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을 포함해서 역대 진보 정부의 인식은 네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둘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은 다주택자다. 셋째,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높여서 규제해야 한다. 넷째, 다주택자 규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일까. 정책 추진의 대전제였던, 첫 번째 ‘부동산 가격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와 ‘제미나이 3.0’의 도움을 받아 2021~2025년 기간을 기준으로 네 가지 가격을 비교해 봤다. ①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②국회 인근 유명한 냉면집인 ‘정인면옥’ 물냉면 ③아이스크림 ‘부라보콘’ ④서울지역 아파트의 ‘평당 평균 공사비’를 비교해 봤다.

①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을 보면, 2021년 11월은 평당 1402만원이었다. 2025년 11월은 평당 1704만원이었다. 인상률은 21.5%다. ②정인면옥 물냉면은 2021년 1만1000원이었다. 2025년에는 1만5000원이 됐다. 인상률은 36%다. ③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의 경우 편의점 판매가 기준으로 2021년 1800원이었다. 최근에는 2500원으로 올랐다. 인상률은 38.8%다. ④서울 아파트의 평당 평균 공사비는 2021년 530만원이었다. 2025년에는 890만원으로 상승했다. 인상률은 68%다. 정리해 보자. 2021~2025년 기간 동안 인상률을 비교해 보면 △서울 아파트 12.4% △정인면옥 물냉면 36% △부라보콘 38.8% △서울 아파트 평당 공사비 68%다.

물냉면, 부라보콘, 평당 공사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겪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는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위기를 버텼다. 풀린 유동성은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작동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공급하던 나라였다. 2022년 2월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경기침체 속의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됐다. 냉면 가격도 오르고, 부라보콘 가격도 오르고, 아파트 평당 공사비도 오르고,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진짜 이유’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언론은 ‘부동산이 폭등하는 것처럼’ 과장한다. 그래야 기사 주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변에 있는 ‘부동산 정책 전문가’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신념인 경우도 있고, 주목받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다.

부동산은 비싼 재화여서 정인면옥 냉면과 부라보콘에 비해 ‘매년’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한꺼번에’ 오르는 경향이 강하다. 부동산 상승의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인식은 오판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짜 주범’은 코로나19와 러·우 전쟁이다. 이 대통령이 꼭 유념해야 할 지점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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