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은 정치에 데뷔하자마자 '이재명 저격수'가 됐다. 만 29세 초선 성남시의원 시절부터 시장이던 이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대장동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기도의원 시절엔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진 등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공개, 선거법 1심 유죄를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엔 막후 실세로 알려진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는데, 경찰은 사건을 분당경찰서 수사과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첩했다. 단순 명예훼손 사건을 본청이 가져가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이후 김 실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직접 '면박'을 준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 경기남부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이 총장을 곧장 만났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한 김 실장은, 세금을 보조받는 성남 시민단체 시절부터 감사도 출석도 거부했었다"며 "고위 공직자로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는 잘못을 알렸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 고발당한 이유가 뭔가. "지난해 10월 말이었다. 이 당시는 2004년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이 성남시의회에 난입해 회의장을 점거하는 영상을 공개했을 시점이다. 성남시의회와 경기도의회에서 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고,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원외조직인 '더민주경기혁신회의'의 이원혁씨에 의해 고발당했다. 그런데 그 영상 때문이 아니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가지고 명예훼손이라더라."
- 어떤 내용이었나. "일단 지난해 9월 29일 '김현지는 배소현에게 전화를 걸어 파일을 지우라,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겠다고 지시했습니다. 이는 (대장동 관련) 증거인멸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적은 것을 문제삼았다. 수사관이 이미 불송치 결정이 된 사건을 왜 다시 의혹제기하느냐고, 김 실장의 사회적 평가를 악의적으로 저해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묻더라. 언론 보도로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인데도."
- 본인이 인용한 글로도 고발당했다고 들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0월 17일 개혁신당 이동훈 전 수석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논평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재명 정권의 김건희 여사' '대장동 사건 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대북송금 사건 때 변호사 교체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걸 가지고 '대북 송금 관련해서 어떤 근거로 이런 글을 공유했느냐' 따위의 질문을 받았다. 내가 쓴 글도 아닌데."
- 원작자인 이 전 대변인은 고발을 안 당했나. "그렇다. 공유한 사람한테 이 글의 취지를 물어본 거다. 이 논평을 공유하면서 내가 김 실장과 이 대통령의 시의회 난입 사건 당시 사진을 함께 올렸었는데, 이것도 저의가 뭐냐고 하더라."
- '애지중지 현지' '김현지 여사'라는 표현도 문제삼았다. "그것도 수사관이 마지막에 물어봤다. 김 실장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고, 권력 뒤에 숨은 실세 노릇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부속실장뿐 아니라 여사라는 호칭에 부합하는 사람 아닌가."
문제가 된 표현은 모두 김 실장이 보여준 '행동대장' 격 행보에 대한 논평이다. '하드디스크 증거인멸'이란,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정무직 공무원들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실장은 선거 캠프로 차출된 이들에게 컴퓨터 파일 삭제를 지시했다. 사실이라면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가 되지만, 경찰은 직접적 증거인 해당 PC를 확보하지 못했다. 불송치 처분을 내린 것이 바로 이 총장을 이날 수사했던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다. '변호사 교체'란, 2023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을 김 실장이 사실상 갈아치웠다는 의혹이다. 김 실장의 '질책'을 수차례 들은 이후 변호인이 돌연 사임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관리했다는 정황인 셈이다.
- 이례적인 이첩이라 화제가 됐다. "4시간 정도 조사받았는데, 수사관에다 수사대 팀장까지 나왔다. 팀장은 직접 신문하지 않고 지켜보다 이따금 전화를 하러 나갔다. 어딘가 보고를 하는 듯했다. 아직도 중요 정치인의 경제 범죄나 중대 사안을 다루는 기관이 명예훼손을 조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나는 김 실장과 집(경기 성남시 분당)도 겹친다."
-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고발 이후인 지난 1월 2일 청와대 오찬 당시 만나기도 했는데. "그렇다. 불편해하더라. 공식 행사가 끝나고 앞 테이블의 김 실장을 보고 걸어가 먼저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우리 모르는 사이 아닌가요?' 하더라. '아니 무슨 말씀이시냐, 저한테 명함도 주셨었다'고 하니 '네 알겠습니다'라고만 했다.
그대로 테이블로 돌아오는데 김 실장이 다시 나를 불렀다. '그, 저…' 하면서. 귀를 쫑긋 대며 다가가니, '좀 알고 말씀하시죠?'라는 거다. 나는 '제가 모르고 말씀드리는 건 뭐가 있을까요?'라고 대답했다. 김 실장은 '알겠습니다' 하면서 대화를 급히 끝내고, 그다음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내가 제기하던 의혹에 대해 상당히 불편해한다는 걸 단박에 느꼈다."
- 김 실장과의 안면은. "그가 사무국장이던 성남시민모임은 시의회에서 의결해야 보조금이 나오는 시민단체였다. 시장이 이 대통령이지만 여소야대 구조니까. 당선된 뒤 자신을 모르는 시의원들에게 와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었다. 그게 기억이 안 나겠나?"
- 이 대통령과 관련해 10번가량 송사를 겪었는데,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처음이다. "인신공격성 표현도 아니고, 내가 창작한 것도 아니고,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평을 인용했다고 고발한 것이다. 기소가 된다면 외압일 것이다. 고발의 주체도 본인이 아니라 정당이 직접 나섰다. 김 실장을 얼마나 지키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데, 그는 앞으로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정당한 권한이 없는 이에게 권력을 준 정권은 모두 붕괴했다."
- 의혹은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경기도청 증거인멸, 선거자금 모의, 이화영 부지사 변호인 교체, 대통령실 특활비 남용 등… (사실이라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인데 국정감사에 안 나온다. 불편하니 감추겠지만 그럴수록 안에서 썩는다. 국회라는 제도권에서 견제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인데 정치공세로만 보니 답답하다.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 야당의 합리적 비판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권력이 분화할 것이고, 레임덕도 찾아올 것이다. 곧 의혹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대비를 잘 하시라."
이용규 기자 using_ky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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