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AI 스타트업 ‘인핸스’ 시연 행사
20분 만에 바둑앱 개발해 대국
“인간이 생각 못한 수… 속도 놀라워”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 행사에서 바둑 교육용 AI 모델을 시연하고 있다.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이 9단은 “이제는 AI와 협업하며 함께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왼쪽은 이승현 인핸스 대표. 윤웅 기자
“인공지능(AI)이 20분 만에 알파고를 뛰어넘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에는 AI와 대결했지만 이제는 협업하며 함께 나아가는 단계입니다.”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2016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이 다시 한번 AI와 마주 앉아 이 같이 말했다. 10년 전 인간과 지적 능력 우수성을 두고 대결을 벌였던 AI가 이제 우리의 업무와 일상을 돕는 에이전트(비서)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교수는 이날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 행사에서 인핸스의 AI OS(운영체제)를 활용해 바둑 교육용 AI 모델을 기획·생성하고 시연했다. 먼저 이 교수와 이승현 인핸스 대표가 어떤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면 좋을지 10분간 대화한 내용을 OS가 기억해 회의록으로 정리했다. OS는 이를 바탕으로 앱 관련 요구사항, 구체적인 기능 및 화면 구성, 선호사항 및 제약 조건 등을 정리해 기획안을 작성했다.
이후 바둑과 교육, 앱 개발 관련 트렌드 리서치를 시작했다. 외신을 비롯해 바둑 관련 사이트, 아마존,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 100여개에 이르는 출처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디자인 에이전트를 호출해 이 교수가 원하는 앱 색감과 디자인에 맞게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성하고 시안도 제시했다. 최종적으로는 코딩 에이전트를 호출해 바둑 앱 코드를 빠른 속도로 작성해 나갔다.
OS는 불과 20분 만에 앱을 완성했다. 짧은 시연 대국에서도 이 교수가 수를 놓기가 무섭게 즉각 응수하며 판을 주도했다. 이 교수는 “속도가 정말 놀랍다. 사람이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다”라며 “지금 백(AI)처럼 큰 집을 상대에게 내주면서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수를 둔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감탄했다.
OS는 어린이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교육 모드에서 “첫 수로는 넓은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Q16 자리에 돌을 놓아보는 게 좋다” “지금은 K17 자리에 두어 상대방의 진영이 튼튼한지 살짝 찔러보는 게 좋겠다” 등 포석 설명은 물론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잘 따라와줘서 정말 기특하다”는 격려까지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과거 알파고 대국이 인간과 AI의 경쟁을 상징했다면 이제 AI는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인핸스의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 에이전틱 AI, 대형행동모델(LAM)을 표준화해 전 세계 기업이 에이전틱 AI와 협업할 수 있는 AI OS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10년 전 알파고가 이 교수를 4대 1로 압승하며 안겨줬던 ‘절망’을 지나 2022년 오픈AI 챗GPT 등장을 기점으로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 공식 스폰서로는 앤트로픽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참여했다. 이번 글로벌 캠페인 영상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과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등 세계 주요 도시 옥외 전광판에도 송출됐다. 인핸스는 AI OS를 국내외 기업에게 우선 공개하고, 개인 사용자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양윤선 기자(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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