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자택 임종

dalmasian 2026. 4. 24. 23:25

[만물상] 2026.04.24.

일러스트=박상훈

일본인들은 대부분 ‘다다미방’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도 집으로 돌아가 사망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사실 병원의 목표가 환자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방문 진료와 왕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의료기관에서 사망률은 2000년 81%에 달했지만 자택 임종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면서 최근 65%까지 낮아졌다.

▶살던 집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모습은 사람들이 평온한 임종을 떠올릴 때 그리는 장면이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 각종 움직임들, 소음은 마지막 순간에 있는 환자를 긴장시킨다고 한다. 평생 살아온 집은 환자에게 ‘안전한 내 영역에 있다’는 심리적 보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다수 한국인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죽음의 모습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기계에 둘러싸여 연명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두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68%의 환자가 마지막 임종 장소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임종 장소는 73%가 의료기관이었다. 자택 임종은 15%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경우와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거의 반반인데 집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점차 느는 추세다. 각국이 환자의 선호를 의료·돌봄 체계에 반영해 자택 임종을 적극 지원한 결과다.

▶우리나라 병원 사망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병원 사망이 가족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집에서 사망할 경우 변사로 처리돼 경찰 조사를 받거나 부검까지 해야 할 수 있다. 아파트가 많아 시신을 운구하기 힘든 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중엔 “자택 임종이 이상적이지만 노후에 집에서 재택 의료 서비스를 받다가 최종 순간 병원에서 임종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성남시가 시민이 자택에서 의료 지원을 받으며 존엄하게 임종할 수 있게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의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종 시에는 현장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유족들이 다른 고통을 겪는 문제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엔 이렇게 국민의 삶과 죽음의 질을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아직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선거용 현금 살포 보다는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국민 세금을 썼으면 한다.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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