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반도체 거액 성과급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기 안돼

dalmasian 2026. 4. 24. 23:29

2026.04.24.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어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이 수용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한다고 한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거의 7배에 달하는 3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급여 총액(19조8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대로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1억5800만원)의 4배가 넘는 7억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게 된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그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모든 일은 도를 넘어선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노동 투입량보다 기술력과 자본 투자가 성과를 좌우한다. 초미세 공정과 첨단 설비 경쟁이 핵심인 산업에서 노동의 기여도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법에 대한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다.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에 148조원, 시설 투자에 230조원을 투입했으며, 이는 향후 시장 반등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였다. 이러한 투자 성과가 인공지능(AI) 확산과 맞물리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와 해외 전문 기업 인수가 불가피하다.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는 것보다 더 중대한 사활적 문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마이크론,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공룡들,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과 사생결단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과 투자 지연이 추락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하고, 국가 전략 산업의 지속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켜나가야 한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Copyright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