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6.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 참석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차 협상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연기를 거듭하면서, 부동산 사업가 시절 ‘협상의 달인’으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능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로자다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최고봉’ 이미지는 저서 <거래의 기술>이나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그의 협상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 2기 정부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를 높게 잡아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켜라’ 등 사업가 시절 사용한 기술을 외교 정책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윽박지르는 식의 권위적 협상이 이란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테헤란 폭격”, “이란은 원시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극단적인 언사를 동원해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 했다. 이에 대해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사설을 통해 ‘위협과 봉쇄 속 협상은 없다’는 이란 측 원칙을 재확인하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는 “이란에 정치적 굴욕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에게 일정 수준의 억지력이 있다면 압박이 커질수록 저항도 강해지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자다는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수사 역시 전쟁 중엔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사업가 시절 “건설 사업이 예정보다 빨리 진행됐다”고 자랑했던 습관을 언급하며 “건설과 전쟁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는 전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흐름과 시장을 통제하려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쟁은 깔끔한 일정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통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의미한 휴전 시한만 남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협상 의제인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치밀함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 행정부가 과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만큼 정교한 감시 메커니즘을 설계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는 2년에 걸쳐 농축 우라늄 감축량과 사찰 범위 등 세부 조항을 촘촘히 짰지만, 트럼프 정부는 ‘우라늄 농축 금지’, ‘핵 시설 무제한 사찰’ 등 굵직한 조건의 일괄 타결만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자초한 이란 내분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강경·온건파를 중재하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사살된 이후 이란 내 의사결정 구조가 마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매체 MS나우는 “이란 지도부를 대거 제거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막대한 책임이 있다”며 “폭격과 암살로 인해 이란 권력 구조가 분산·파벌화되면서 그가 끝내고 싶어 하는 전쟁이 오히려 길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자초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협상용 당근’으로 제시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협정마저 무색해진 상태다. 앞서 이란은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격을 멈추라는 미·이란 종전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유화책으로 양국을 중재해 급하게 1차 휴전을 성사시켰으나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명분으로 휴전 기간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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