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보완수사 없는 수사·기소 분리의 종착점

dalmasian 2026. 5. 2. 23:42

2026.04.30.

13억 뇌물도 불기소한 요지경
검찰 폐지 부작용 곳곳서 속출
공소청 출범 뒤엔 더 악화할 것

검찰권 오남용은 재판서 교정
부실수사와 수사권 오남용은
통제 장치 없고 권력 종속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2021년 10월 감사원 고위공직자의 15억8000만 원 뇌물 사건을 장시간 수사 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기소를 위한 증거가 부족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태에서 검찰은 결국 일부 혐의만 기소하고, 나머지 12억9000만 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처분했다. 여기서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과 보완수사권 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먼저, 문제 되는 것은 수사·기소의 유기적 연계 필요성이다. 여당은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며 검수완박을 단행했고, 급기야 10월 2일 검찰청 폐지까지 결정했지만, 수사·기소의 기계적 분리 문제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수사는 범죄인의 신병과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활동이며, 기소는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증거가 부족하다면 공소청 검사는 기소해야 하는가, 불기소해야 하는가? 보완수사를 통한 증거 보강 없이 기소해서 예상대로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는 무죄 판결 조장이다. 그렇다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수사가 부실하면 검사가 그대로 기소하든 불기소하든 범죄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다.

검찰청 폐지 후 수사기관들은 수사 노하우와 법률 전문성이 부족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증거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수집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특히, ‘검수완박’ 이전 검찰에 직접수사권이 인정되던 경제·부패·마약 범죄 등의 경우, 지금도 수사 지연 및 공백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완벽한 것을 전제로 기계적으로 기소 여부만 결정해야 한다면 어떤 보강 증거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아는 공소청 검사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범죄 피해자로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로 그치지 않고 범죄자의 유죄를 확인하고 그로부터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차단된다.

더욱이, 수사·기소의 연계가 검찰권 오남용의 근원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반면 수사·기소의 기계적 분리로 인한 문제점은 해결책이 없다. 수사·기소가 분리되더라도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은 이번 감사원 사건을 두고 뭐라고 할 것인가?

물론 수사기관이 기존 검찰의 수사 노하우와 법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의 공백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메울 수 있겠는가?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각기 분리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관한다지만,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 노하우와 법률 전문성을 전혀 이어받을 수 없는 구조다. 더욱이 행안부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중수청장에게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마당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또한, 공소청이 보완수사권 없이 기계적으로 기소 여부만을 결정하는 것이 검찰의 기소 기능을 이어받는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보완수사권조차 없다면 공소청은 공수처나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기소 대행기관일 뿐, 이들의 부실수사와 수사권 오남용은 전혀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수사기관의 수사 지연, 사건 은폐와 암장,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무죄율과 공소기각률이 심각하게 치솟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검찰청 폐지 후 범죄 대응 능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크며, 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워킹그룹에서도 경고한 바 있다.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나 수사권 오남용으로 범죄자들이 웃게 된다면, 그 모든 피해는 결국 (잠재적) 범죄 피해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그나마 최소화하려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라도 줘서 그 법률 전문성과 수사 노하우가 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와 검사 무력화라는 근본주의적 사고에 따라 보완수사권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음을 외면하는 것 아닌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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