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사법 약자’ 울분과 與 강경파

dalmasian 2026. 5. 2. 23:44

[뉴스와 시각] 2026.04.30.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최근 “형사사법체계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려서 결국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을 만든 정치인들. 대체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부패를 제대로 단죄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결국 약자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장관은 지난 27일 토크 콘서트에서 “제대로 법리적 검토가 안 되고, 증거 확보가 안 되고, (사건을) 내팽개친다면 돈 없는, 힘없는, ‘빽’ 없는 사람은 다 죽는 거”라고 말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가 하는 긍정적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사람은 형사소송법 개정 때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고 제도 설계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죄는 의심되지만 처벌받지 않는 불합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22일 피감기관에서 1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고위 간부를 불기소 처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사건을 건네받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한’이 없어서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직접 수사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대학원생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미술대학 교수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 수사관이 사건을 수사하고 검사가 기소한 것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규정한 법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13억 원, 3000만 원을 받았는지는 따지지도 못했다.

모두 제도 설계가 잘못된 탓이다. 공수처가 수사만 하고 기소하지 않는 사건과 관련해 법은 검찰에 보완수사요구권도, 보완수사권도 부여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정도로 감사원 간부가 돈을 받았을 확률은 높으나 손발이 묶인 검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A 교수는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수혜자다. 검수완박 추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권한 축소에만 집착했다. 수사·기소 분리가 가져올 부작용은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법원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사례는 A 교수 외에도 적지 않다.

칼자루를 쥔 민주당이 이런 조언을 귀담아들을까.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오갔던 얘기를 들어보면 한마디로 ‘소귀에 경 읽기’다. 강경파 의원들은 이른바 ‘검찰개혁’을 두고 피의자 권리 문제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피해자 문제를 얘기하면 안 된다.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경파를 제어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조차 뜻을 관철하지 못한 게 현 상황이다. 게다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돼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춘 주장이 난무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여당이 피해자가 떠안게 될 고통을 불가피한 비용 정도로 치부하는 기묘한 세상이다.


조성진 사회부 차장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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