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0.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
K-컬처와 K-트렌드는 세계 청년들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국 청년에 대한 세계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음악, 패션, IT,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한국 청년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낯선 현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1위에 머물러 있다. 세계 청년들이 부러워하는 나라에서 정작 청년 당사자들은 가장 행복하지 않은 세대가 된 것이다. 왜 이런 역설이 발생했을까.
청년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이행의 실패'다. 학교에서 사회로,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얻기까지 평균 11.5개월이 걸린다. 체감으로는 3년에 가깝다. 공식통계만으로도 OECD 최하위 수준의 이행 지연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행이 지연되면 취업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혼, 출산, 자산 형성까지 한 세대의 삶 전체가 뒤로 밀린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동력의 문제다.
한국은 교육 경쟁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다. 초중등 교육, 대학 입시, 학력 수준은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대학진학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 이후 사회 진입을 설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대학 입학까지는 국가와 사회가 총력 지원하지만, 졸업 이후 첫 출발은 개인 책임으로 남겨두는 구조가 굳어졌다. 입시에는 시스템이 있고, 취업에는 시스템이 없는 나라. 이것이 '한국형 이행지연'의 본질이다.
아무것도 해결 못하는 청년정책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청년에게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단순 업무를 맡으며 현장을 배우고 성장했다. 보고서 초안 작성, 자료 정리, 번역, 고객 응대, 데이터 처리 등은 청년이 조직에 진입해 배우는 첫 단계의 업무였다. 그러나 AI는 바로 그 'Entry Job(초급 수준의 직무)'을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다. 단순·초급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기업은 신입 채용을 줄이고 즉시 활용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다. 반면 경력직 중심의 노동시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첫 경험의 자리'인데, 그 입구가 닫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청년실업 대응을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구직 중인 청년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을 하는 것도 적절한 대응이다. 그러나 단기 처방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장기적으로는 청년의 이행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 5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청년정책에 투입한 예산은 막대한 규모다. 그러나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방향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정책 대상은 넓어지고 사업은 세분화되었지만, 정작 청년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첫 출발의 구조는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 현재 청년정책은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 청년 연령은 법과 조례에 따라 많게는 49세까지 확장되었고, 정책 영역 역시 일자리·주거·금융·복지·건강·문화·참여 등 전방위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청년정책은 '모든 것을 다루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이 되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20대 초반의 '이행기 청년'은 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국이 이행지연국가로 머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특정 주체 한 곳을 지목하기는 어렵다. 대학은 청년 교육의 중심 기관이지만, 본래 학문과 연구의 공간이지 취업 알선 기관은 아니다. 오랜 등록금 동결 속에서 교육 혁신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정부 역시 지난 수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청년의 일자리, 주거, 금융, 복지 수요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책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핵심 과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기업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산업 현장에서 즉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에 청년 교육까지 전적으로 맡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년 역시 게으르지 않았다. 학교와 사회가 요구한 대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고, 학점을 쌓으며 성실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교문을 나서는 순간 누구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첫 출발 지원하는 정책으로 변해야
결국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학·기업·지역·공공기관이라는 톱니바퀴를 다시 연결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청년에게 성장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청년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이 사회로 어떻게 넘어가도록 설계할 것인가다. 결과적으로 청년정책의 핵심 과제는 개별 지원 수단의 확대가 아니다.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넘어가는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은 대학 시절 인턴십, 산학협력,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이 졸업 전에 경력을 쌓도록 유도한다. 유럽은 이동학습과 직업훈련을 통해 청년의 선택지를 넓힌다. 공통점은 단순 지원이 아니라 청년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EU는 이미 1987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며 학습하고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약 1700만명의 청년·교사·교직원이 참여했다. 청년정책을 비용이 아니라 미래 공동체에 대한 투자로 본 결과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지원 중심 정책에 머물러 있다. 단기 현안 대응에 집중한 나머지 인재 양성이라는 장기 목표는 약화되었다.
청년정책은 '사회첫출발지원정책'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 대상은 만 18세에서 20대 후반의 초기 청년으로 명확해야 한다. 이들이 학교에서 사회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대학·고교 재학 중 최소 6개월 이상의 현장 경험 기회를 보장해야 하고,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 인증형 경험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어디서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전국 단위 청년 이동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하며 전공과 무관하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탐색형 경험 기회를 넓혀야 한다.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경험의 기회, 실패와 재도전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이 청년을 성장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지금의 청년은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우리 사회의 구조야말로 문제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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