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3.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어제 코스피가 장중 5% 넘게 폭락한 원인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김 실장은 AI발(發) 호황이 만든 초과 이윤을 ‘국민배당금’으로 쓰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노령연금 강화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주장이 알려지자 장 초반 799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5% 넘게 급락해 한때 7400선까지 주저앉았다.
김 실장의 제안은 올해 수백조 원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놓고 노조와 협력업체, 농어민 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해 뜯어먹기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 차원에서도 더 뜯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빅테크 기업의 이익은 신기술과 새 시설 투자가 1순위가 돼야 한다. 그러지 않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받아 창업 자산 등 정책 재원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세금 아닌 ‘국민 배당금’ 등 다른 방법으로 정부가 기업 이익을 가져가겠다면 입법이 필요하고 정책이 아닌 폭력에 가깝다. 글로벌 시각에선 놀라운 일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황당한 경제 이론이 시장을 흔들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황당한 경제 이론을 계속 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확대 재정 정책을 주문했다. 포퓰리즘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나랏빚을 생각하지 않고 선심성 예산을 퍼붓는 행위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거꾸로 빚을 너무 늘리면 안 된다는 상식적인 목소리를 ‘포퓰리즘’이라고 역공했다. 흑백을 뒤집는 주장을 계속하면 실제 흑백이 뒤집어질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 대통령의 주장은 빚을 내 재정을 풀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세금이 더 들어와 부채 비율도 장기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빚을 내 돈을 푸는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이고 미미한 효과에 그친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돼 있다.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복지 정책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경제 정책은 구별해야 한다. 재정 지출이 경제를 키운다면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가 발전했을 것이다.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 경제는 왜 파탄 났겠나.
이 대통령의 이상한 경제 이론은 금융 영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을 ‘금융 계급제’나 ‘약탈’로 규정했다. 돈을 잘 갚는 고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약탈이 아니라 ‘금융’이라는 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기본이다. 이 대통령 식으로 거꾸로 가면 많은 성실한 국민들이 금융사를 기피하게 된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면 재원이 부족해진 금융사가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결국 취약 계층의 피해로 이어진다.
경제에는 어떤 마법도 없다. 환자에겐 설탕물이 아니라 입에 쓴 약을 줘야 한다. 재정 건전성, 신용에 따른 금리 차등, 시장 가격 같은 기본 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은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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