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전력반도체, 메모리 이어 AI 병목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

dalmasian 2026. 5. 14. 11:08

2026.05.14.

◆…이미지:AI생성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전압 전원공급 장치 수요가 전력반도체 시장의 수급 구조를 흔들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전압 MOSFET과 전력 관리용 MOSFET, IGBT 등 핵심 부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이 주로 생산되는 기존 8인치 성숙 공정의 생산능력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와 패키징·테스트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전력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매체 차이롄프레스는 13일 전력반도체 업계에서 국내외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력반도체 가격 인상은 인피니언·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먼저 통지한 뒤 중국 업체들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홍웨이테크놀로지는 일부 IGBT 제품 가격을 약 10% 올렸고 지에지에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MOSFET에 이어 IGBT 가격도 10~20% 인상할 예정이며 신지에넝도 MOSFET 가격을 10% 올리기로 했다.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AI 서버는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사용량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전력 변환과 제어에 필요한 MOSFET·IGBT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고전압 MOSFET과 전력 관리용 MOSFET은 AI 서버 전원 공급 장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으로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고전압 MOSFET 수요 증가가 8인치 MOSFET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MOSFET은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을 많이 차지하는 제품군인 데다 AI 서버와 전력 관리 장치 수요가 동시에 상승함에 따라 공급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번 전력반도체 가격 인상 흐름에서 가장 먼저 압박을 받은 품목으로 꼽힌다.

IGBT도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트렌드포스 분석가는 자동차용 실리콘 기반 칩 가격이 약 10~20%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홍웨이테크놀로지 측은 저가형 제품 가격을 전반적으로 약 10% 올린 배경으로 IGBT 부품 가격 상승을 들었다.

다만 모든 업체가 같은 속도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와 주문 유지를 위해 원가 상승분을 자체 부담하며 가격을 동결하는 방식도 택하고 있다.

수요 확대는 AI 데이터센터에만 그치지 않고 신에너지 차,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충전기 등 전력반도체가 들어가는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2026년 1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인피니언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2025년 7억 유로에서 2027년 약 25억 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공급 측면의 대응 속도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는 8인치 성숙 공정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으며 전 세계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7년 상반기까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 세계 8인치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은 2025년 75~80%에서 2026년 85~90%로 높아질 전망이다. 일부 파운드리는 이미 고객사에 5~20%의 가격 인상을 통보했고 패키징·테스트 업체들도 거의 최대 생산능력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약 30%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신규 생산설비 대부분이 2026년 말이나 2027년 이후에야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력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트렌드포스는 원자재 가격과 패키징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관련 제품의 가격 인하 여지는 제한적이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향후 6~12개월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의 병목은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 등 3세대 반도체 수요도 자극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팩토리 전원 공급 솔루션으로 800V 고전압 직류 아키텍처를 제시하면서 SiC와 GaN 기반 전력 소자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00V 구조에서는 전력 배전과 고체 변압기 분야에 SiC가, 캐비닛 내부 전원공급 장치와 고밀도 DC-DC 모듈에는 GaN이 활용될 수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에서 3세대 반도체가 본격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SiC 시장은 여전히 자동차 분야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800V 전력 아키텍처 확대에는 전력망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iC 보급률은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지기보다 완만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은 이번 수요 변화를 전력반도체 시장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옴디아의 2025년 전력반도체 보고서에 따르면 인피니언, 온세미컨덕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쓰비시전기 등 글로벌 업체가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실란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처음으로 세계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노사이언스는 엔비디아 800V 시스템 공급업체 목록에 오른 중국 기업으로 언급됐고 8인치 GaN 웨이퍼 생산능력도 월 1만3000장에서 2만장으로 확대했다. 관련 기업들의 증설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인피니언은 독일 드레스덴에 50억 유로를 투자해 스마트 전력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8인치 SiC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온세미컨덕터도 체코에서 SiC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타임스일렉트릭, 신롄인티그레이티드, 양지에테크놀로지, CRRC 주저우, 스타반도체 등이 SiC와 GaN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백성원 (peacetech@joseilbo.com)
Copyright ⓒ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