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1.
커먼웰스 단편소설 수상작 대필 의혹
노벨상 받은 토카르추크도 사용 고백
AI로 로맨스 소설 200권 쓴 작가까지

문학계 덮친 AI ‘딸깍’ 집필 논란을 AI가 이미지로 표현했다. [챗GPT]
인공지능(AI) 사용의 급속한 확산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문학계에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미권의 권위 있는 소설 공모전에서 AI 대필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까지도 AI 사용을 인정하면서 첨예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발표된 ‘커먼웰스 단편소설 상(Commonwealth Short Story Prize)’에서 대필 의혹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약 7800개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대회에서 지역 수상작 중 하나로 선정된 자미르 나지르의 단편 소설 ‘보호구역의 뱀(The Serpent in the Grove)’을 두고 독자들 사이에서 AI가 쓴 글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소설은 카즈오 이시구로, 자디 스미스, 살만 루슈디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해 온 영국의 저명한 문학 잡지 ‘그란타(Granta)’의 웹사이트에 게재되면서 더 큰 주목과 논란을 동시에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독자들이 찾아낸 ‘AI 글쓰기 특유의 징후’는 구체적이었다. 비평가와 독자들은 해당 작품에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된 은유와 직유 표현을 문제 삼았다.
특히 “그녀는 벤치를 남자로 만드는 종류의 걸음걸이를 가졌다”처럼 맥락 없이 비대해진 난해한 수사나, AI가 문장을 구성할 때 자주 애용하는 이른바 ‘A가 아니라 B다(not X, but Y)’ 식의 부정적 병렬 구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 의심을 샀다.
급기야 와튼 스쿨의 AI 연구가인 에단 몰릭 교수를 비롯한 일부 누리꾼들이 AI 탐지 프로그램인 ‘판그램(Pangram)’에 이 소설을 입력하자 “100% AI가 생성한 텍스트”라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도출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모전을 주최한 측과 작품을 게재한 출판사의 대응은 확연히 갈렸다. 대회를 주관하는 커먼웰스 재단의 라즈미 파루크 사무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사 과정의 철저함을 신뢰한다고 밝히면서도 기술의 진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여론의 집단적인 히스테리에 휩쓸려 신진 작가에게 섣부른 낙인을 찍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란타 매거진은 변호에 나섰다. 발행인 시그리드 라우싱은 자체적으로 AI 모델 클로드에 해당 소설을 검사한 결과 “인간의 도움 없이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정반대의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영원히 진실을 모를 수도 있다”라며 논란 확대를 경계했고, 웹사이트 내 수상작 상단에 편집부가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창작 과정에서의 AI 논란은 비단 이번 공모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영미 문학계는 연이은 AI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공포 소설 ‘샤이 걸(Shy Girl)’의 작가 미아 발라드가 AI를 과도하게 활용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대형 출판사 하셰트(Hachette)가 미국 출간을 전격 중단하고 영국 판매분을 전량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의 거장 올가 토카르추크마저 최근 강연에서 신작 소설에 AI를 사용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거센 비판이 일자 토카르추크는 출판사를 통해 공식 성명을 내고 “대다수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료 조사나 사실 확인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한 ‘단순 도구’로 활용했을 뿐, 실제 집필은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완료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이와 정반대로 로맨스 소설가 코랄 하트처럼 AI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에만 무려 200권이 넘는 책을 자가 출판하며 기술의 유용성을 적극 옹호하는 이들도 등장해 창작의 정의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핵심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검증 시스템에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AI 탐지 기술로는 창작물의 대필 여부를 완벽하게 가려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인공지능 수석 연구원 니콜라스 앤드류스는 “AI 탐지기는 특히 독창적인 구조와 이례적인 문체를 사용하는 문학 창작 분야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자주 범한다”고 지적했다. 버밍엄 대학교의 잭 그리에브 교수도 “언어적 변수나 장르적 특성, 사용된 프롬프트의 맥락을 통제하지 않은 채 탐지기 수치만 믿고 작품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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