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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벨트 변심이 오세훈 살렸다…“정원오, 부자 몸조심이 패착”

dalmasian 2026. 6. 5. 05:28

2026.06.04.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으로 들어서며 직원들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6시간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개표 끝에 사상 최초의 ‘5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쥔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당선 인사를 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6·3 지방선거를 뒤흔든 공소취소 특검법안 문제를 거론하며 “서울 시민의 평가가 이번 선거 결과에 담겨 있다는 경고의 말씀을 대통령에게 드린다”고 직격한 것이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그 어떤 권력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 어떤 정권도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셨다”고 강조했다.

막판 대역전극으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로 꺾은 오 시장은 이처럼 승리의 첫 일성에서 ‘명픽’ 정 후보가 아닌 이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정치권에서 “오 시장이 보수 진영의 원톱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현 정부와의 대립각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선거 막판에도 두 자릿수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가 쏟아질 정도로 불리한 여건에서 선거를 치른 오 시장은 악재도 적잖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철근 누락,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 안전 논란이 커진 데 이어 전날 본투표 당일엔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겹쳤다. 특히,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도 오 시장(46.0%)이 정 후보(51.4%)에게 상당한 격차로 지는 걸로 나오자 국민의힘에서조차 “절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6·3 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선거상황실에서 이인영 상임선대위원장등 캠프 관계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투표용지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오 시장은 밤 9시 30분쯤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개표는 느릿느릿 시작됐고, 개표 초반 흐름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격차가 줄어들며 캠프는 들썩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전투표 개표가 마무리되고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에서 몰표가 쏟아지자 이날 오전 7시 16분 대역전에 성공했다.

지지자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고, 의원들과 취재진도 캠프로 몰려왔다. 현장에 있던 오 시장의 측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생에 드라마 작가였나. 드라마를 몇 번째 쓰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2010년 재선 당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했던 2만6412표(0.6%포인트) 차이의 새벽 역전극을 오 시장이 16년 만에 똑같이 재연한 걸 거론한 것이다. 오 시장과 정 후보의 표차는 이날 오후3시 잠정 집계 기준 5만 3460표(1%포인트 차이)였다.

김주원 기자
암울한 여건에서 시작한 선거를 오 시장이 뒤집은 결정적 원동력은 ‘부동산 민심’이란 게 중론이다. 오 시장은 아파트값과 공시가격 상승이 맞물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오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대부분에서 앞서며 역전극을 일궜다. 서울 전체 25개 구 중 오 시장이 앞선 곳은 10곳(강남·강동·광진·동작·서초·송파·양천·영등포·용산·중구)으로 절반에 못 미쳤지만, 이긴 지역에서 몰표가 많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투표함 이송 문제로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송파를 제외하고, 강남과 서초에서 정 후보를 각각 34.1%포인트, 31.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한강벨트로 분류된 8곳(강동·광진·동작·마포·성동·영등포·용산·중구) 중에서도 정 후보가 12년간 구청장을 지낸 성동과 마포를 뺀 6곳에서 앞섰다. 오 시장이 용산에서 격차를 16.9%포인트까지 벌린 반면 정 후보는 본진인 성동에서도 4%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지난해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용산을 제외한 한강벨트를 석권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서울 표심이 크게 뒤바뀐 셈이다. 오 시장이 당협위원장을 지내고 이번에 84표 차로 앞선 광진은 이 대통령이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를 8.2%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다. 서울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성동에서도 표가 너무 안 나왔고, 한강벨트도 참패했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지난 대선 서울에서 약 10%를 얻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중도·보수 표가 오 시장 쪽으로 쏠려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얻은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개혁신당은 김정철 후보를 냈지만 득표율은 0.82%(4만3128표)에 그쳤다. 정 후보의 득표율(48.1%)은 1년 전 대선 당시 이 대통령(47.1%)의 서울 득표율보다 오히려 높았지만, 오 후보가 김문수 전 후보(41.6%)보다 8%포인트 가까이 더 받으며 승부가 뒤집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강벨트 구청장’ 출신인 정 후보 역시 한강벨트와 강남 3구의 표심을 노려 재산세 감면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공약했지만 표심을 모으는 데엔 실패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투표 당일까지도 부동산 관련 메세지를 내면서 정 후보의 공약이 가려진 측면이 크다”며 “명픽이란 한계로 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고 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식보다 부동산 민심이 선거 승패를 좌우한 셈”이라고 했다.

선거 초반 크게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따르자 도전자인 정 후보는 몸을 사리고, 외려 오 시장이 도전자로 비친 게 정 후보의 패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만 믿고 이미 이긴 사람처럼 부자 몸조심을 한 게 패착”이라며 “철근 누락과 서소문 사고 등 안전 이슈가 먹히지 않은 대신 보수 진영은 부동산으로 더 똘똘 뭉쳤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칸쿤 출장 의혹 등 야당의 네거티브가 성공했다”며 “코스피 8000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던 민주당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했다.

박태인·박준규·이찬규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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