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35매 남았다” “투표 중단됐다”... 현장 아우성, 선관위 묵묵부답

dalmasian 2026. 6. 6. 07:21

2026.06.05.
선거날 투표용지 부족, 송파 카톡방 재구성 해보니...
선관위 “오전부터 투표용지 부족 문의 들어와… 인력 부족해 대처 늦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 잠일초등학교에 마련된 잠실2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상황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오후 6시를 넘겨 투표를 하고 있다./뉴스1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일 오전 11시 40분부터 선관위에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 어떡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예비 투표용지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개표 준비로 대다수 인력이 개표소에 나가 있어 대처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 등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인 유독 송파·강남·서초구에 집중됐다’는 지적에 윤 실장은 “꼭 서울 지역만 그런 게 아니고,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쪽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며 “선거일 투표율을 저희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 실장은 또 당일 선관위가 송파구 등의 투표용지 부족을 알게 된 경위와 관련해 “오전 11시 40분쯤 송파구선관위가 해당 사항을 파악하고 서울시선관위에 대책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투표소와 관련해 선관위와 송파구 공무원들이 들어 있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선관위와 송파구 공무원들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캡처에 따르면, 3일 오후 2시 17분 잠실2동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며 투표용지가 몇 퍼센트 남아 있어야 투표용지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올라왔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 투표율을 고려해 투표율 60%를 기준으로 추가 배부해 주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만 했다. 잠실4동 한 투표소에서는 2시 25분 “35매가 남아 있고 대기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의 답은 없었다.

오후 4시 45분에는 가락2동 한 투표소에서 “17매가 남았다”는 다급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후 4시 48분부터는 곳곳에서 ‘투표가 중단됐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런데도 선관위 관계자의 답은 없었고, 참다 못한 현장 공무원들은 ‘투표용지를 받으러 선관위로 출발한다’ ‘주민들이 항의하고 난리 났다. 어떻게 할 거냐’ ‘답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응이 늦어진 데 대해 윤 실장은 “여러 투표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고, 선관위 전임 직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 준비가 이어지기 때문에, 개표 준비 때문에 개표소로 이동한 상황 때문에 대처가 늦어진 것 같다”고 했다.


5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노태악 위원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중앙선관위는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오전 11시 40분부터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상능 중앙선관위 선거1국장은 “11시 40분에는 투표용지가 지금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처음 문의한 것이 그 시간대였다”며 “오후 2시경부터 (투표용지가 모자란 투표소에 보내기 위한 투표용지) 불출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투표소로 추가 투표용지를 보내고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계속됐다. 이 국장은 “2시경에 무번호 투표용지를 송파구선관위에서 1차로 불출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부족하다고 연락이 와서 2차로 불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부족해서 이런 사고가 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왜 한 번에 넉넉히 보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 국장은 “(예비용) 무번호 투표용지는 그렇게 많이 인쇄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사전 투표가 이뤄져 사전 투표율이 집계된 상황에서 투표하지 않은 선거인 수만큼 투표용지를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도 나왔다. 예를 들어, 사전 투표율이 23.51%로 집계됐다면 나머지 76.49%만큼의 투표용지를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2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대기번호표를 받은 뒤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 투표소에서는 오후 4시 30분쯤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강혜진 기자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지방선거 같은 경우 (투표용지) 인쇄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전 투표일보다 훨씬 전인) 후보자 등록 마감 후 2일 되는 날부터 인쇄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전 투표율을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했더라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가 인쇄를 하는 조치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전국의 인쇄소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지방선거는 (투표용지 종류가 많아)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같이 단일 선거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쇄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했다. 또 “투표용지 검수라든지 (인쇄한) 투표용지와 관련해 필요한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미리 인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장에서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은 선관위 차원에서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어떤 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저희가 ‘투표록’이라고 해서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적는 장부가 있는데, 그 투표록 전체를 확인해서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인 수의 11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를 인쇄할 만큼의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아 놓고 실제 투표용지 인쇄는 50~60%만 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감축해서 인쇄하고, (인쇄를 덜 해서) 잔여 예산이 있으면 반납한다”며 “선거인 수의 1.1배라는 것은 예산을 산출하는 기준일 뿐”이라고 했다.

3일 오후에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중앙선관위원들의 긴급 회의가 4일 0시 넘어 열린 데 대해서는 윤 실장은 “일부 중앙선관위원은 중앙선관위 청사에 있었지만, 외부에 있는 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회의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으로부터 항의 방문을 받는 과정에서 대응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들어야 했기 때문에 (회의가) 늦어졌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감사원이 감사하겠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뜻이 있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그러나 윤 실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선관위 업무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사정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 실장은 주요 선거 때마다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국 투표소가 1만4288곳이고 사전 투표소는 3571곳”이라며 “이렇게 여러 장소에서 투표가 관리돼야 하고,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불가피하게 일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제도 개선을 해왔다”고 했다.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친인척 채용 비리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식이었기 때문에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윤 실장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징계 절차가 진행됐고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 소송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경필 기자 pil@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