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0.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걸려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6월 첫 주까지 3.77% 올라,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인 3.68%를 넘어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예고로 집주인들이 전세 주던 집을 팔거나 실거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걸려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6월 첫 주까지 3.77% 올라,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인 3.68%를 넘어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예고로 집주인들이 전세 주던 집을 팔거나 실거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값과 전셋값이 70주 연속 동반 상승하면서 무주택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부동산 진단, 특히 전세 관련 인식은 시장의 체감과 사뭇 달랐다. 이 대통령은 전세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사금융”이라며 “정상화 과정에서 사라질 제도”라고 규정했다. 전세난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며, 수백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공급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현실과 대통령의 진단 사이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대통령의 시장관이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핵심 쟁점을 5개 문답으로 짚는다.

그래픽=백형선
Q1. ‘전세 소멸’이 정상화인가
이 대통령은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인데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가 줄어드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다. 전세가 한국 특유의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수하다’는 것과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는 무주택자가 월세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자산을 모으게 돕는 주거 사다리였고, 집주인에게는 민간 금융 역할을 하면서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기여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의 월세화가 대세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공공 임대와 대체 주거 수단이 충분치 않은데 전세가 급감하면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Q2. “집값 1억원인데 전세 1억2000만원”?
이 대통령은 “집값이 1억원인데 전세가 1억2000만원이다. 집값 100%를 보증해주니까 사기꾼들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시장이 전세 사기를 낳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취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통령이 언급한 빌라 전세 사기 사례와 아파트 전세난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1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57.5% 수준이다. 빌라 전세 사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아파트 전세는 월세 부담을 줄이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Q3. 수백 채 다주택자가 팔면 공급 문제 해결?
이 대통령은 “집을 200채, 500채 사 모아서 투자, 투기용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걸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주택 보유 상위 100명이 사들인 4115채의 평균 매입가는 1억6000만원이었다. 대통령이 말한 사례는 최소 수억 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나 지방 주택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의 본질은 다주택자의 ‘싹쓸이’가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지연과 신규 택지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Q4. 전세대출이 시장을 왜곡했나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과 서민 등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기 위한 취지의 정책이었지만 점차 확대되면서 가계 부채 증가와 시장 왜곡 논란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세대출은 역대 정부도 표 부담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영역”이라며 “조정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Q5. 전세난은 ‘만들어진 논리’인가
시중의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종료로 매물이 나오면서 전세 물량이 준 것이고, 무주택자들이 그 집을 사서 들어갔으니 수요도 그만큼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되는’ 일대일 치환 논리다. 그러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고 했다.
김인만 소장은 “현실에선 수요와 공급이 1:1로 동반 감소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소장은 “서울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한다 해도 매매와 전세가 격차 때문에 대부분은 경기 외곽이나 지방으로 밀려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설령 1:1 동반 감소가 이뤄진다고 해도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구조적으로 많은 서울에선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전셋집 10개를 놓고 세입자 15명이 경쟁하다가 전셋집 5개와 세입자 5명이 동시에 빠지면, 전셋집 5개에 세입자 10명이 남아 경쟁률은 2대1로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2.67로, 2020년 12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180을 넘어섰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매물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매물 실종과 월세 급등, 집값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규정하면 공급 확대보다 규제 유지에 무게가 실리고 시장 불안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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