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0.
[산업X파일] 조선사들, AI시대 새 항로 뚫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조감도. /뉴스1
최근 HD현대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엔진인 ‘힘센’ 엔진 공장 증설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이 엔진은 원래 선박용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전환 속 틈새 시장을 발견했다.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업체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에 총 6200억원 규모 힘센 엔진 기반 발전 설비를 공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에이페리온은 힘센 엔진을 가져다 미국에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지만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AI 경쟁을 위해 빠른 증설이 필요하지만, 전력 인프라 구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HD현대중공업은 선박에 쓰던 엔진을 개량해 데이터센터 운영용으로 바꿔, 빠르게 에이페리온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데이터센터용 힘센 엔진을 하나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증설 등을 통해 사업을 키울 계획을 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HiMSEN)의 모습. /뉴스1
K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아예 데이터센터 자체를 바다 위에 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 설비와 냉각 장치를 갖춰야 해 넓은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요 도시와 산업 거점 주변에서는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드는 전력과 물 사용량도 부담이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 위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육상 부지를 새로 매입할 필요가 적고, 해수나 하천수를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해양 플랜트와 선박 건조 기술을 디지털 인프라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영국 로이드선급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설계 협력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설계와 건조 기술을 맡고, 선주사와 선급은 사업 발굴과 인증 분야에서 협력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AI 서버 전문업체 수퍼마이크로와도 해상 환경에서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고 선박을 데이터센터로 개조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일본 대형 해운사 ‘미쓰이OSK라인’(MOL)은 일본의 전력·전자기기 기업인 히타치 등과 손잡고 중고 선박을 부유식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세 회사는 2027년 이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수요 검증, 기본 사양 검토, 운영 절차 점검,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MOL은 선박 개조와 항만 당국 협의, 계류·정비 등 해상 운영 요건을 맡고, 히타치 측은 데이터센터 설계와 설치, 네트워크·보안 등 IT 인프라 요건을 검토한다.
MOL은 중고 선박을 활용하면 대규모 육상 부지를 새로 매입할 필요가 없고, 개조 기간도 약 1년으로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 개발보다 최대 3년가량 짧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해상에서 서버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염분과 습도, 진동, 전력 공급, 통신망 연결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 과제다.
한예나 기자 naye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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