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중국이 넘어야 할 세 가지 함정

dalmasian 2026. 6. 23. 15:23

[朝鮮칼럼]  2026.06.22.
미·중 무력충돌 우려와
선진국 문턱서 긴 저성장
패권국다운 리더십 없어

특히 북핵 문제에서
역량과 의지가 잘 안 보여
위기 전 中이 결단해야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함께 중난하이 정원을 산책 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하며 미·중 간 전략적 공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집권 후 오바마·바이든·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직간접으로 그 이슈를 화두로 던져왔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시대 기존 패권국인 스파르타와 신흥 도전국인 아테네가 상호 견제하는 과정에서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을 일컫는다. 이를 개념화한 당시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2012년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이 용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켰고 미래 패권 세력으로서 중국의 입지를 각인시켰다.

시 주석은 미국의 과도한 중국 견제가 파국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대등한 라이벌로서 타협과 공존을 강조하기 위해 그것을 언급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의 핵심 전제는 기존 패권국이 도전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인데, 미국은 최근 서태평양과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 군사력의 급속한 증강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실전 배치에 대응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주와 AI를 결합한 군사기술 활용, 첨단기술 기반 해공군의 합동군사 작전력 등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해, 단기간에 중국이 군사력에서 미국 패권에 정면 도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첨단 미사일 비축재고나 원거리 투사능력에서 보여준 미국 군사력의 한계는 미국이 2개 이상의 광역전장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능력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이 넘어야 할 함정은 투키디데스 함정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둘째는 ‘중진국 함정’이다. 저임금·저비용을 기반으로 성장한 개발도상국이 임금 상승과 생산성 정체로 인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채 긴 저성장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2025년 IMF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1만3800달러로,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국 기준선인 약 1만4000달러에 가깝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거나 탈출 직전에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중국의 1인당 GDP가 아직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고 내수 부진 등 만성적 장애로 여전히 중진국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향후 5~10년은 중국이 고소득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함정은 ‘킨들버거 함정’이다. ‘킨들버거 함정’은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을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패권국의 리더십 부재에서 찾은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이론을 재조명한 것이다. 마셜 플랜 설계자 킨들버거는 1차 세계대전 후 쇠퇴하던 영국이 더 이상 국제 질서를 유지할 역량이 없었고, 신흥 패권국 미국은 그 역할을 떠맡을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해 평균 59%에 달하는 고관세를 부과해 보호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대공황에 따른 세계경제난은 독일에서 나치 정권을 출현시켜 2차 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중 모두가 자국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하지 않거나 못하게 될 경우 세계는 다시 ‘킨들버거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대실패를 거울 삼아 2차 대전 후 획기적인 글로벌 공공재를 세계대전 방지와 인권 신장(UN), 관세 철폐(GATT), 금융·통화·개발(IMF/WB) 분야별로 제도화해 ‘평화의 80년’ 달성에 기여했다. 현재의 중국은 국제 질서가 요구하는 글로벌 공공재 공급에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역량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한반도 문제가 그렇다. 과거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에 중심국 역할을 했고, 6자 회담 의장국으로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명문화한 9·19 공동성명 도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북·중·러 연합전선이 구축된 뒤 6월 북·중 정상회담과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실종돼 버렸다.

물론 아직 ‘북·중·러 초밀착 시대’라고 단정하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변화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특히 대북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의 와해가 우려된다. 그동안 안보리의 대북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감시하는 CCTV 역할을 해 왔는데, 2024년 3월 러시아 주도로 안보리 북한 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장 결의안이 부결됐다. 중국의 원유 수출이나 북한산 석탄 수입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감시 체계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란 전쟁이 증명했듯이 제재는 국제 규범을 위반할 경우 벌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대북 제재가 의미 없다면 러시아는 왜 북한 감시 CCTV를 제거하기 위해 상임이사국 비토권을 무리하게 행사했을까?

한국은 중국과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이 ‘세 가지 함정’을 모두 극복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물론 글로벌 번영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세가지 함정 중 투키디데스 함정은 이미 미·중 정상 간에 지속적인 소통과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어 파국적 상황으로 내닫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진국 함정은 중국의 과학, 기술, 산업혁신 성과에 따라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중국이 국제 평화와 핵 비확산 차원의 공공재 공급 문제에서 킨들버거 함정을 어떻게 극복할지 염려된다.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막지 못해 동북아 안보 불안이 한계치에 도달하면, 결국 한·일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동북아는 핵무기 초밀집 지역이 될 것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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