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주가 오를 때 즐기다 증시 흔들리자 “반성한다”는 무책임

dalmasian 2026. 6. 24. 08:21

2026.06.24.

이찬진 금감원장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부작용이 속출하자 실패를 인정한 꼴이다. 2배의 변동성을 연동하는 상품의 위험성은 도입 전부터 경고된 사안인 만큼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금융 당국 수장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단타를 유도하는 초고위험 상품이 한 달 만에 수조 원 규모로 비대해진 반면 정책 명분이었던 환율 방어는 미국·이란 종전 합의 등 대외 호재에도 달러당 1500원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실효성을 잃고 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910.71포인트(9.99%) 폭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 이상 폭락해 단일 종목 레버리지 가입자들은 하루 만에 최소 24% 넘는 원금 손실을 입었다. 이날 연기금이 주도하는 기관이 4조5477억원을 팔아치운 대폭락은 누적된 기관과 연기금의 변칙적 매도 집행과 무관치 않다.

올 초부터 리밸런싱(자산 배분 조정) 지적을 받았으나 5월 말까지 월별 1조원 수준으로 소극 대응하며 물량을 미뤄왔던 기관들은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이후 14거래일 동안 6조6134억원어치를 한꺼번에 내다팔았다. 올해 들어 5개월간 판 전체 물량과 맞먹는 막대한 금액을 불과 2주 남짓한 기간에 팔아치운 것이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주가 상승기에도 원칙대로 분산 매도하는 것은 추후 시장 폭탄이 될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 기관은 왜 비중 조절을 진작 하지 않고 특정 시점으로 지연시켜 화를 키웠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자본시장 활성화 성과라며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정부의 공인 양 부각하다가, 주가가 흔들리자 다급히 발을 빼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리한 초고위험 상품 승인이나 기관의 비정상적인 매도 이연은 결국 증시의 기초 체력만 갉아먹을 뿐이다. 당국은 지수 방어에 급급할 게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 위험을 걸러내는 한편 기관의 매도 일정을 원칙대로 집행하는 등 정상적인 리스크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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